위로가기 버튼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을 위한 희망가”

연합뉴스
등록일 2014-03-12 02:01 게재일 2014-03-12 14면
스크랩버튼
 블랙홀, 데뷔 25주년 맞아 9집 `호프` 발표… 29일 기념공연
▲ 메탈밴드 블랙홀(왼쪽부터 이관욱, 이원재, 주상균, 정병희).
치렁한 장발, 몸에 밴 록 스피리트, 자연스레 묻어나는 팀워크…. 메탈 밴드 블랙홀의 록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외모와 말투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느덧 멤버 대부분이 40~50대가 됐지만 “우린 밴드란 정신이 강해 자신감이 있다. 로커란 타이틀 하나만 있다면 부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록 음악계의 대들보` 블랙홀은 한국 헤비메탈 음악의 태동기인 1985년 결성돼 1989년 1집 타이틀곡 `깊은 밤의 서정곡`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이들은 당대 함께 활동한 시나위, 백두산, 부활 등의 밴드들과 달리 단 한 번도 공백기 없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원년 멤버인 주상균(보컬 겸 기타)이 리더로 1990년 정병희(베이스), 1995년 이원재(기타)가 합류했고 막내 이관욱(드럼)이 2002년에 들어왔다.

이들이 11일 9집 `호프`(Hope)를 발표했다. 간간이 싱글을 냈지만, 정규 앨범을 내는 건 2005년 8집 `히어로`(Hero) 이후 9년 만이다. 오는 29일에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일어나, 괜찮아`란 제목으로 9집 발매 기념 공연도 연다.

최근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정규 앨범을 내는 건 9년 만이지만 매년 공연을 했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빨리 인터뷰하고 연습을 해야 해 마음이 급하다”며 의욕도 보였다.

앨범의 공백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록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기념 음반에 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때를 기다렸다. 유일한 30대 멤버인 이관욱(39)은 “블랙홀에 몸담은 지 12년 동안 정규 앨범이 8집 한 장이었는데 감회가 새롭다”고 웃었다.

“사실 비겁한 이유였죠. 하지만 이제 앨범을 내고 활동해도 충분할 만큼의 상황이 된 것 같아 `올인` 하게 됐어요.”(주상균)

때를 기다린 앨범에는 신곡 5곡과 과거 발표한 싱글 4곡 등 총 9곡이 수록됐다. 신곡에선 `깊은 밤의 서정곡`처럼 대중과의 접점을 찾은 곡과 메탈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 트랙이 공존한다.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주상균은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짚었다”며 “우리 음악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거나, 우리 걸 고수해야 블랙홀이라 생각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귀 기울여 음악으로 공감을 얻고 싶었다. 고민했지만 욕심부리지 않았다. 정갈한 반찬처럼 먹을 만큼만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일어나, 괜찮아`는 몽환적인 기타 연주와 블랙홀 특유의 서정성이 조화를 이뤘다. `유니버스`(Universe)는 기존 블랙홀 음악에선 듣기 어려웠던 전자음을 내세웠다.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노래로 50여 명의 팬이 코러스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사운드의 뿌리를 이내 드러낸다.

`진격의 망령`에선 1집 곡 `야간비행`을 연상시키는 빠르고 강렬한 속주와 `진격`, `박멸` 등 마치 구호 같은 가사가 들려온다.

`단기 4252년 3월1일`은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2집 `녹두꽃 필 때에`와 4집 `잊혀진 전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친일파 후손들이 여전히 판치는 세상에서 정통성을 되짚어보자는 의미로 만든 노래다.

이들 곡은 그간 광주 민주화 운동, 일본 역사 문제, 촛불시위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발표하고 이라크 파병 반대 반전콘서트, 용산 참사 유가족 돕기 자선 공연 등의 무대에 오른 블랙홀의 소신이 담긴 노래다.

정병희는 “상균이 형은 노래방 가면 애국가 부르고 가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각기 다른 소리를 입은 노래들이지만 주상균의 창창한 보컬을 타고 흐르는 주제는 `희망`이다.

주상균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노래하고 싶었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이만큼 왔으니 앞으로도 힘내서 갈 수 있다는 응원가”라고 설명했다.

신곡을 선보일 500석 규모의 공연은 스케일을 키운다. 무대, 관객, 연주만으로 구성하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조명, 동영상 등을 활용하는 연출을 가미한다.

멤버들은 “공연은 세 파트로 나뉜다”며 “기존 레퍼토리를 편곡해 새로운 형태의 연주로 들려주고 어쿠스틱한 무대, 원초적인 메탈 무대가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희망을 노래한 이번 앨범은 이들을 위한 희망가이기도 하다.

멤버들은 “과거 록 음악은 시끄럽고 어렵다며 들려줄 기회조차 없던 시절이 있다”며 “앨범의 한 곡이라도 많은 사람이 듣는 곡 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진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방송ㆍ연예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