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평범한 남자…` 발표한 동물원 출신 김창기
20년 전 김창기가 만든 동물원의 대표곡 `널 사랑하겠어`(1995)가 젊은날의 풋풋한 사랑 고백이었다면 이 노래는 함께 세월을 먹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곡이다.
`내 뜨거운 입술이 너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길 원해~`(널 사랑하겠어)라던 그는 `당신에게 고백하던 나의 모습을 기억하나요?(중략) 나의 입술에 전해지던 당신의 여린 떨림, 난 바보처럼 춥냐고 물었었죠`(이젠 두렵지 않나요)라며 그 시절을 회상한다. `널 사랑하겠어`의 `어른 버전`인 셈이다.
김창기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년 남자의 소소한 감정을 꺼내놓았다. 미니앨범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에서다. 본업이 소아 정신과 의사인 그를 최근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생각과마음 의원-김창기 소아 청소년 발달센터`에서 만났다.
“지난 앨범에 대한 평 중 `싱어송라이터는 끝났고 애 키우는 얘기나 쓰지`란 글이 있었어요. 하하. 그 글을 읽고 현실적인 제 얘길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못난 남편인 게 확실한데 절 미워하지 않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 고3 올라가는 아들이 답답하고 힘들어하는데 좀 더 좋은 친구가 돼주지 못한 미안함(나와 함께 걷지 않으련) 등 제 현실을 스케치해 음악에 담았죠.”
그렇기에 이번 앨범의 화두는 감정의 공유다. 지난해 13년 만에 음악 활동을 재개하며 발표한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가 전반적으로 무거운 주제여서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로 대중과의 공감 주파수를 맞추기로 했다.
그는 “2집은 나름대로 주파수를 잘 맞췄다고 여겼지만 내 기분에 들떠 만든 것 같은 창피함이 있었다”며 “노래는 사람들이 가진 감정을 촉발시키거나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 도구를 통해 각자의 경험이 품은 소소한 감정을 회생시키고 함께 공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은 앨범 재킷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흑백 사진 속에서 그는 줄무늬 넥타이에 재킷을 입은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친구 (김)광석이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디셈버`를 보러 갔다가 함께 간 친구가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서 카메라로 그냥 찍은 사진입니다. 당연히 특별히 꾸미지도 않았죠. 하하.”
가감 없는 솔직함은 비트 있는 첫 트랙으로 이어진다.
`난 욕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하루를 반복하는 소심한 남자야, 어떻게 하면 아파트 평수를 늘릴 수 있을까 고심하는 아빠야`(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
그는 이 앨범이 히트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자주 공연 무대에 올라 주파수가 적중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청중이 `아~`라는 반응을 보면 공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병원 건물 지하 1층에 60~70석 규모의 소극장도 만들었다. 그는 “소극장은 몇년 전 만들기 시작했는데 돈 먹는 하마여서 공사를 못 끝내고 있다가 최근 완성해 첫 공연을 했다”며 “앞으로 친구들, 공간이 필요한 후배들과 함께 쓸 생각이다. 어머니께서 쓸데없는 짓 하는 학과가 있으면 넌 수석 입학했을텐데란 얘길 하더라”고 웃었다.
그는 오는 7월 새 앨범을 또 낼 계획이다. “이번 앨범은 3집의 파트 1이었고 여름에 파트 2를 선보입니다. 이번 앨범이 제 삶의 스냅 사진을 담아 산뜻한 소품이라면 다음엔 젊은층도 좋아할 만한 사랑 얘기도 담고 한층 밝은 느낌으로 풀어낼 겁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