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따라 걷는 영덕의 밤’ 성황리 개최 검게 그을린 숲에서 희망을 심고 별을 걷다 재생의 숲에서 피어난 야간관광 기대감 높여
한때 검게 그을린 숲이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상처의 흔적이 남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아픔이 깊게 새겨졌다. 하지만 지난 13일 밤, 영덕 창포리 별파랑공원에는 어둠 대신 별빛이 내려앉았다. 산불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선 숲길에는 관광객과 주민 1200여 명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영덕의 밤은 오랜만에 환한 생기로 채워졌다.
영덕군이 개최한 ‘별빛 따라 걷는 영덕의 밤’ 행사는 단순한 야간 축제를 넘어 회복과 희망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별파랑공원은 과거 산불 피해지역을 복원해 조성한 산림생태공원으로,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로 다시 한번 아픔을 겪은 곳이다. 영덕군은 이곳을 진달래가 피어나는 희망의 숲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가꾸기 위한 재생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행사는 참가자들이 직접 진달래 묘목을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작은 삽으로 흙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묘목을 심는 손길마다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키워가자는 마음이 담겼다. 숲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날 봄을 먼저 심고 있었다.
별빛이 내려앉은 숲길에서는 야간 트레킹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밤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걸었고, 머리 위로 펼쳐진 별과 발아래 이어진 숲길은 특별한 풍경을 선물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사람들은 자연이 들려주는 고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영덕의 밤을 온몸으로 느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꽃씨 비행기 날리기, 금붕어 잡기, 달고나 만들기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가족들은 함께 추억을 쌓으며 늦여름 밤의 정취를 만끽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야간 트레킹을 마친 방문객들은 셀프 화로구이와 푸드트럭, 지역 먹거리로 구성된 ‘야간 별파랑 포차’에 모여 영덕의 맛과 정을 나눴다. 숲과 별, 사람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간은 잠시나마 일상의 시간을 잊게 했다.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별파랑 음악회’에서는 가수 임창정과 장민호, 박하은이 무대에 올라 초여름 밤을 뜨겁게 달궜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하나가 됐고, 숲속에 울려 퍼진 음악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영덕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오는 8월 영덕국가유산야행과 달빛고래트레킹 등 다양한 야간축제가 예정돼 있다”며 “많은 분들이 영덕의 밤을 찾아 특별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별파랑공원이 영덕을 대표하는 야간관광 명소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영덕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채울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