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가 화려하다. 아는 사람만 찾아간다는 봄 여행의 숨은 정수라고 한다. 돌계단을 오르면서 탐방이 시작되지만, 눈은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좌우로 펼쳐지는 꽃들의 자태는, 화려한 봄을 수놓기 충분하다. 사찰과 주변의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꽃밭으로 탈바꿈해, 다양한 색깔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찰의 이름은 대명사. 이곳은 몇 해 전만 해도 무명의 장소였다. 2008년 창건했으니 이제 겨우 서른 살 안팎의 연혁이다. 그런데 이 절은 우리가 흔히 알던 한국의 고즈넉한 목조 사찰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단청이 없는 하얀색 외벽의 현대적 건축 양식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불교의 조계종과 천태종이 아니라, 중국 소림사의 선풍을 이어받은 ‘소림선종’의 사찰이란 점이다.
해마다 4월이면 대명사는 사찰 전체가 분홍빛 꽃잔디로 뒤덮인다. 이국적인 하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이곳이 사찰인지 꽃잔디 정원인지 구분이 불가할 정도다. 대명사에 꽃잔디가 심어진 것은 17여 년 전부터다. 주지 스님이 직접 꽃잔디를 심고 가꿔온 결과물의 산출이며 보답이다.
꽃잔디의 꽃말은 온화함과 희생이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자라는 특성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이곳이 위치한 지자체는 해마다 이 꽃 하나로 10일간이나 축제를 연다. 꽃의 원래 태생은 미국 중부와 동부, 여러해살이풀로 땅을 덮을 듯이 낮게 자라며 꽃을 피운다고 ‘꽃잔디’다. 척박한 조건인 건조한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나 생명력이 대단한 식물로 알려졌다. 암울한 절망의 시대에서 오늘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우리의 국민성과도 어느 정도 상통하는 이미지가 있어 겹쳐 보이기도 한다.
대명사 꽃잔디 탐방은 절의 입구에서 101계단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대웅전으로 직진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좌우에는 화려한 분홍색과 흰색의 꽃잔디가 영산홍과 어울려 돌계단 사이에서 절경으로 승화된다. 대명사의 첫 이미지로 강렬하게 각인되어서인지 가장 대표적인 포토죤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절의 큰 마당에는 분홍빛 꽃잔디가 절정이다. 정면으로 건물 한 층 높이의 돌계단이 보이고 그 끝머리에 대웅전이 세워져 있다. 현재 꽃잔디의 개화율은 약 80 프로 정도다. 꽃물결이 흥건한 마당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징검다리처럼 배치된 맷돌 길을 한발 한발 건너야 한다. 탐방객들은 이 맷돌을 밟고 이동하면서 발아래에 피어난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여건이 완성된다. 정면으로 오르는 중앙 돌계단 오름길은 꽃을 보호하기 위해 막혀 있다. 꽃잔디를 밟지 않고 바닥에 깔린 맷돌이나 화살표 방향을 따라 우측으로 이동하면, 꽃길이 이어지면서 대웅전과 연결된다.
최적의 방문 시기는 보통 4월 중순에서 5월 초까지다. 해마다 꽃의 개화 시기나 개화율이 다를 수 있어 사전에 검색해서 다녀오길 권한다. 사진 촬영 시 가장 대표적인 구도는, 대웅전을 배경으로 꽃잔디를 앞마당에 가득 담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대웅전을 지나 사찰 뒤편의 산책로에서 대웅전을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이니 취향에 따라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단 주의할 것은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실제 수행 중인 사찰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의 수양 공간에는 대부분 촬영이 금지돼 있다.
대웅전을 통과하면 꽃길은 자연스레 좌측으로 이어진다. 석가모니불과 약사여래불이 대웅전과 사찰의 내부를 내려다보고 있다. 청아한 물소리가 들리는 작은 소품 같은 조경이 일품인데, 작은 볼거리 겸 즐길 거리인 돌할매도 약사여래불 옆에 보인다. 돌을 들면서 자신의 운세를 점치는 것으로, 두 손으로 돌을 들어 올릴 때 돌이 들리면 자신의 염원이 이뤄지지 않고, 돌이 꼼짝도 안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삼선당으로 오르는 맷돌 같은 돌계단 길 좌우에는 흰철쭉이 도열한다. 사찰의 부속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부속 건물답게 오름 길에서 살펴보는 주변의 전망과 조망은 빼어나다. 대명사 방문이 주는 특별한 의미는 단순한 꽃잔디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101계단을 오르면서부터 이어지는 동쪽으로의 조망이 산청휴게소와 경호강이 가장 먼저라면, 대웅전 앞이나 삼선당 주변에서의 조망은 먼 곳까지도 충분히 가능하다. 등산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월명산(320m)과 백마산(286.3m), 적벽산(166.3.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의 황매산까지 풍광이 이어진다. 가장 빼어난 조망은 뭐라고 해도 북쪽이다. 산청의 명산 둔철산(823m)과 대명사의 철쭉들이 경계를 이루면 한 폭의 진경산수화가 따로 없다.
사찰의 탐방로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름 모를 꽃들이 심어져 피어나고 곳곳이 포토 존이다. 바위솔이 조경으로 한몫한 장독대 주변과 노송과 기와집, 넝쿨이 원형의 독립문을 형성한 지점이 대표적이다.
절이 위치한 장소는, 경상남도 산청군 신안면 원지강변로 63번길 100이다. 사찰에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으나, 꽃잔디 시즌의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혼잡할 수 있어 진입로 주변 도로에 세워야 한다. 가장 좋은 점은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비가 없다는 것이다.
주변으로 연계할 관광지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명사에서 자동차로 13분 거리에 남사예담촌이 있고, 15분 거리에는 산청 정취암이 있다. 남사리에 있는 한옥마을인 예담촌은 현대에 인위적으로 만든 한옥마을이 아니라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같은 전통마을로 역사가 500년에 달한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정취암은, 상서로운 기운이 가히 금강에 버금간다고 하여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일컫던 장소다.
그다음으로 고려할 장소는 20분 거리의 생초국제조각공원이다. 생초국제조각공원 꽃잔디 축제가 열리는 장소로, 축제는 끝났어도 꽃잔디는 아직도 절정이다. 어느 장소를 연계해도 산청의 봄을 가장 완벽하게 정복하는 하루 코스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지홍석 수필가·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