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나 당황해 문을 열어둔 채 급히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그러나 이 행동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화재 시 가장 먼저 사람을 위협하는 것은 불꽃이 아니라 빠르게 퍼지는 연기입니다. 연기는 순식간에 복도와 방을 채워 시야를 가리고, 유독가스로 호흡을 어렵게 만들어 대피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특히 숙박시설이나 공동주택에서는 한 사람이 문을 열어둔 채 대피할 경우, 연기가 복도를 따라 다른 공간으로 급속히 확산합니다. 이는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탈출로를 막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문을 닫고 대피하면 연기 확산 속도를 늦춰 다른 사람들의 생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피 시에는 기본 원칙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정전과 연기 유입 위험이 있어 이용하지 말고, 반드시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만약 계단으로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심하다면 무리하게 이동하기보다 실내에 머무르며 문틈을 젖은 수건 등으로 막고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평소 완강기 사용법과 대피 경로를 미리 숙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급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준비가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불이 나면 문을 닫고 대피한다’는 작은 실천이 연기 확산을 막고, 나와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약속을 기억하는 것이 안전의 출발점입니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