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 대표발의 ‘전기사업법 개정안’ 소위 회부… 한전 안 거치고 PPA 허용 공정 단가 절감…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숨통’ 기대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값싼 전력을 한국전력 망을 거치지 않고 수소특화단지에 직접 쏴주는 법안이 국회 입법 심사대에 올랐다.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청정수소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유럽발(發) 강력한 탄소 규제에 직면한 포스코(POSCO) 등 포항 철강·수소 산업계가 생존과 도약을 위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제안설명을 거쳐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됐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수소특화단지’에 인접한 원자력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개별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으로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는 것이다. 현행법상 발전사업자는 의무적으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주도하는 전력시장을 통해 전기를 거래해야 하며 도서 지역이나 재생에너지 등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직접 PPA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법안 심사가 경북 동해안 산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절대적이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방식’은 전체 생산 원가의 70~80%를 전기요금이 차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원자력발전의 정산단가는 1kWh당 79원 수준으로 타 발전원(LNG 158.2원 등) 대비 현저히 저렴하다. 이러한 기저전원인 원자력 전력을 활용해야만 수소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큰 혜택이 주어지는 곳은 포스코를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밀집한 포항이다. 앞서 정부는 2024년 11월 1일 포항을 ‘수소 연료전지’ 분야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한 바 있다. 국회 검토보고서 역시 해당 단지가 현재는 기업 집적화 등 준비 단계이지만 향후 본격적인 청정수소 대량 생산(수전해 설비 도입 등) 단계에 진입할 경우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는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면서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대량의 수소 공급이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단가가 낮아져야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이 현실화될 수 있으며 여의치 않으면 결국 막대한 보조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소 공급의 핵심 전초기지가 될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총 4334억 원이 투입되는 울진 국가산단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산단계획 승인 신청을 마친 상태다. 올해 승인 고시를 거쳐 내년 토지 보상에 착수하며 2028년 본격적인 산단 조성 공사에 돌입해 2033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울진에서 생산될 연간 3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전용 배관망(파이프라인)을 통해 포항 수소특화단지나 철강산업단지로 공급하는 사업 구상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체 상태인 수소의 운송 특성상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 본격 논의 과정에서 넘어야 할 쟁점도 적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은 이 저원가 전기가 특정 단지와의 직접 PPA로 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한전의 전력구입비 상승을 불러와 일반 소비자 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전이라는 ‘공공재적 설비’의 혜택을 특정 산업이 독점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계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막대한 만큼 글로벌 탄소 규제에 맞설 예외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와 함께 수소 경제뿐만 아니라 AI데이터센터 등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첨단 산업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기존 전력망과 발전 설비만으로는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형수 의원은 미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영덕 신규 원전’ 유치전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전날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을 만나 “영덕은 2012년 천지원전 부지로 선정됐다 취소된 산불 피해 지역이며 타지역 대비 뛰어난 확장성을 갖춰 AI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