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도심 핵심 입지로 꼽히던 항구동 29-1번지 일원의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과 금융구조의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착공조차 하지 못한 채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가 중단된 것은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 구조적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이 사업은 일반상업지역에 지하 4층~지상 49층, 공동주택 2개동 419세대를 공급하는 대형 복합개발이다. 근린상가와 부대복리시설까지 포함된 이 프로젝트는 총사업비만 3160억 원에 달하며, 당초 2024년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했다. 포항 도심 스카이라인을 바꿀 상징적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지역 내 관심도 컸다.
사업부지는 약 1470평(4859㎡) 규모로, 연면적은 9만㎡를 넘는다. 토지 매입 비용만 약 231억 원, 평당 1400만 원 수준에 달했다. 이는 구도심 상업지 가격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사업 초기부터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였다. 결국 사업성은 시장 상황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시행은 제이에이치 홀딩스가 맡았고, 자금관리 및 공매 절차는 교보자산신탁이 담당하는 신탁형 구조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사업 방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금융 조달이 막히면 사업 전체가 즉시 멈추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문제는 자금조달 방식에서 시작됐다. 이 사업은 토지 매입과 초기 운영비를 브릿지 대출에 의존했다. 일부는 P2P 금융플랫폼을 통해, 나머지는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제2금융권 대주단이 참여했다. 단기·고금리 구조의 브릿지 대출은 본PF 전환이 전제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결정적인 변수는 부동산 경기였다. 2024년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 포항은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누적됐다. 신규 분양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자 금융권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했다. 사업은 그 즉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대주단은 채권 회수를 위해 공매 절차를 선택했다. 2025년 진행된 공매는 수차례 유찰과 재공매를 반복했지만 단 한 차례도 낙찰되지 않았다. 이는 시장이 해당 사업의 수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채권금액보다 낮은 가격에서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현재 공매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채권자는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할지, 시장 회복을 기다릴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와 지역 수요를 고려할 때 어느 쪽도 쉽지 않은 판단이다.
행정 절차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던 사업이다. 2023년 하반기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았고, 2024년 3월에는 사업기간 연장과 계획 변경까지 완료됐다. 착공 직전 단계에서 금융이 멈추면서 모든 일정이 중단됐다.
이 사례는 단순한 개별 사업의 실패로 보기 어렵다. 고층·고밀 개발을 전제로 한 높은 토지 매입가, 브릿지 대출 중심의 금융구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요 부족이 결합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구조적 실패다.
더 큰 문제는 유사한 사업들이 도시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PF 리스크를 우려한 금융권의 자금 회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고, 이는 또 다른 개발사업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결국 항구동 사업은 포항 도시개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가 됐다. 화려한 개발계획 뒤에 숨겨진 금융 의존 구조와 과도한 낙관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