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전쟁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가 있다. 스페인의 인권활동가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가 쓴 ‘병사와 소녀’이다. 전쟁터에서 총알을 눈앞에 둔 어느 병사 앞에 소녀가 나타난다. 그 소녀는 자신을 병사의 죽음, 이를테면 저승사자라면서 아저씨는 그동안 속아왔다고 말하며 병사에게 총을 쏜 적군도 만나게 해주고 양쪽 진지의 장군과 장교들이 회의하는 장소도 데려간다.
적군 병사는 명령 때문에 억지로 총을 쏜 후 울고 있었고, 장군과 장교들은 전투에서 죽어 나가는 병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을 통해서 얻는 이익을 따지고 있었다. 이것을 본 병사가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오르자 총알이 비껴나가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병사는 평화운동에 평생을 바친다는 이야기다.
마이클 잭슨도 그의 노래 ‘Heal the World’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당신이 충분히 그 삶에 충분한 관심을 가진다면, 당신과 나를 위한 더 나은 곳을 만들어요.’라고 하면서 적과 나 모두를 위해 전쟁을 멈추라고 말한다.
모든 동화가 그렇듯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이 이야기를 어린이 그림책으로 만났을 때 마이클 잭슨의 노래보다 더 신선했다. 이제 이런 책이 나오다니, 이런 의식이 퍼져나가면 앞으로 희망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만 해도 지난달 21일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여 현재 파키스탄 사람 60명, 아프가니스탄 사람은 230여 명이 죽었다고 한다. 이들은 2026년 이란 전쟁에 가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들의 전쟁은 쉽게 종식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그 첫날, 이란 남부 미나브의 샤자레 타이 초등학교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175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하여 3월 9일 현재 이란의 사망자 수는 1200명에서 3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군은 7명이 사망했다. 그렇다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현격하게 우세한 상황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러우 전쟁처럼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최근의 전쟁은 그림책의 병사처럼 총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총으로 싸우면 서로 마주칠 일이라도 있지만, 이제는 탄도 미사일을 쏘아대고 드론을 날려 폭격한다. 그야말로 멀리서 버튼 하나로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버튼 전쟁’이라는 말이 비유가 현실화된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2026년 이란전쟁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유가 상승 등 경제적 피해를 직접 당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지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이란 국민조차 전쟁 초기에는 미국의 공습을 반겼다고 한다. 장기간 계속된 이란의 신정 체제를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25년 격렬했던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그 증거다.
이제 와서 보니 동화의 작은 상상력은 이상주의자 인권활동가의 허황된 상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모든 세계 시민이 병사와 소녀처럼 평화의 상상을 계속한다면 전쟁이 끝날 수 있을까?
/유영희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