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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잘난 사람’보다 ‘잘 뛸 사람’이 필요하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채로운 지역 발전 공약을 발표하며 뜨거운 선거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논쟁에 앞서 우리 지역에서는 “현재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가 무엇이며, 미래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방향성과 어젠다가 먼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력과 능력을 갖춘 리더를 현안 해결의 ‘열쇠’로, 미래 성장동력 같은 비전을 ‘자물쇠’에 비유해 보자. 자물쇠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공감대 없이 열쇠부터 먼저 깎아 놓고 그에 맞는 자물쇠를 찾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한때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으로 자신감과 활기가 넘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지난 30여 년 간 상대적으로 발전이 정체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첨단 산업의 앵커기업 부재, 인구 소멸, 도심 공동화 등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거 선도 도시의 성공한 모델을 따라가는 추격형 방식(Catch-up mode)에서 이제는 지역의 강점을 살린 선도형 모델(Trend-setter model)로 방향을 전환하여야 한다. 글로벌 산업 지형과 지역 강점을 결합해 보면 포항은 전기차 제조의 ‘풀 패키지’를 갖춘 최적의 특화 지역이다. 첫째, 배터리 소재(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와 초고강도 강판(포스코) 등 압도적 공급망(SCM)이 집결해 있고 인근에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둘째, 경북의 전력 자급률은 200% 이상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을 통해 산업용 전기를 수도권 대비 최대 10~15% 저렴하게 공급할 정책적 토대도 마련되어 있다. 셋째, 영일만항과 신공항의 ‘투-포트(Two-Port)’ 물류망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최적의 수출 거점이다. 포항 중심의 광역권을 ‘글로벌 모빌리티 파운드리(위탁생산) 특구’로 지정해 경제적 낙수효과를 확대하고 상생을 도모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에게 굳이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를 물어본다면 서류상의 ‘자격(Qualification)’보다 내면의 역량과 추진력을 포함하는 ‘자질(Competence & Attitude)’에 더 비중을 두고자 한다. 왜냐하면 내일의 문제를 어제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째, 비전을 보는 방향성과 통찰력, 그리고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인지하고 미래 첨단 산업으로 고도화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둘째, 규제를 혁파하고 투자를 이끄는 추진력과 과감한 행정 규제 완화의 결단력이다. 셋째, 오직 국비 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외 대자본과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직접 유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역량이다. 넷째, 인구유출 극복과 분야별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의 산·학·연·관 협력뿐만 아니라 인근 자치단체와도 유기적인 소통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향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정책과 비전을 가진 인재라면 누구와도 협력하는 정치 철학이다. 한마디로 지역을 위해서 ‘잘난 사람보다 잘 뛸 사람’이 절실하다. /김준홍 위덕대 초빙교수·경영학과

2026-05-31

‘행정가’가 아닌 ‘전략적 리더’를 선택하라

오는 6월 지방선거는 인공지능(AI) 확산과 다중격차 심화라는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지역의 생존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다. 이제 지방은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설계해야 하는 ‘전략 공간’이 됐다. 이번 선거는 공약의 양을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지역의 복합적 현실을 정확히 읽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오늘날 지역이 마주한 문제는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인구 감소는 일자리 부족으로, 이는 다시 교육·주거·복지 위기로 이어진다. 고령화는 의료와 재정 부담을 키우고, 디지털 격차는 교육과 소득의 양극화를 고착화한다.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를 증폭시키는 구조 속에서 과거식 단편 개발 공약이나 일회성 사업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상 너머의 시스템을 읽어내는 통찰력이다. 자치단체장은 지역의 인구 구조, 산업 기반,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핵심 과제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민원을 동시에 해결할 수는 없다. 리더는 당장의 표심을 자극하는 인기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10년 뒤의 지역을 설계하는 중장기 전략가로서의 면모가 본업이 되어야 한다. 또한 다중사회에서 리더는 지배하는 지휘자가 아닌 갈등을 조정하는 ‘조정자’여야 한다. 지역 내 다양한 세대와 계층, 원주민과 다문화 가정 등의 요구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리더의 역량이다.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반대 의견조차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설명 없는 결정은 불신을 낳고 행정의 동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기술이 정책의 중요한 기반이 되지만, 결국 주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 단체장은 기술의 혜택이 소외된 곳 없이 닿을 수 있도록 기술과 사람을 잇는 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유권자는 후보가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설득하는지, 어려운 정책을 주민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내는지, 다양한 계층과 소통해 온 실질적인 경험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실행력과 책임성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구상이라도 성과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예산 확보 능력과 조직 관리, 협치 능력은 필수 조건이다. 더불어 정책의 한계나 실패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가 주민의 신뢰를 만든다. 특히 단체장에게 부여된 권한은 시민이 위임한 것인 만큼, 도덕성과 청렴성은 행정의 공정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된다. 이번 6월 지방선거는 개발 공약의 화려함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전략가를 선택하는 자리다. 유권자는 후보가 지역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갈등을 조정하며 약속을 책임 있게 실행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결국 지역의 미래는 공약집의 분량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전 대구경북연구원장

2026-05-10

우리는 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가

어느덧 봄이 우리 삶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계절은 어느새 연초록 잎을 틔우며 신록의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계절의 변화는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자연의 질서가 자리하고 있다. 자연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필연이라면, 사회의 변화는 인간의 선택과 의지의 산물이다. 법과 제도, 관습을 바꾸는 노력 속에서 사회는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정치가 있다.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그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정치인의 능력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과 수준 높은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며,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기에 정치인의 말이 가벼워지면 신뢰는 무너진다. 정책은 더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구체적 방법이자 실행 전략이 정책임을 우리는 그간 과정을 통해 충분히 습득해 왔다. 둘째는 정치인의 자질이다.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는 자신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의 요건으로 소명 의식, 균형감각, 책임감을 제시한 바 있다. 소명 의식은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자 답이며, 균형감각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판단력이다. 책임감은 국민을 향한 봉사 정신이자 공직자의 기본자세다. 셋째는 정치인의 역할이다. 정치는 현재를 관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정치인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즉 비전을 보여주고, 그 비전에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이러한 기준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기회다. 유권자는 정치인을 선택함에 능력과 자질 그리고 역할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우정이나 친분 그리고 호감에 기댄 선택은 정치의 순기능을 저해한다. 지역주의와 관계주의 중심의 폐쇄적 선택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아울러 선거가 임박할수록 후보자의 공약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실행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은 조심해야 한다. 당장은 화려해 보이지만 결국은 개인과 도시 그리고 국가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함을 불 보듯 뻔하다. 외모는 성스럽고 좋아 보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흰색 코끼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정치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지를 대신하는 대리 시스템이다. 따라서 선택이 잘못될 경우, 국민은 대리인에게 통제받는 ‘대리인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좋은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나와 도시의 더 나은 삶을 향한 기본적인 책임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파울루 네루다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는 명언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정치인이 미래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유권자의 냉철한 이성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학봉 전 국회의원

2026-05-03

6·3 지방선거, 시민의 선택

지방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후보들도 바빠졌다. 덩달아 지역은 새 지도자 선출에 대한 기대와 냉소가 교차하고 있다. 원래 선거는 시민들의 꿈이 격돌하는 무대이다. 자신의 시민적 삶과 미래가 투표함에서 열릴 것이라는 꿈, 그것이 민주주의의 이상이다. 그러나 지금 대구·경북의 현실은 그 이상과 한참 멀어 보인다. 지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청년 유출이라는 복합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지방선거가 정작 지역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다. 동네 살림꾼을 뽑는 선거가 중앙선거로 변질된 지 오래되었다. 지역의 유력 정당은 오로지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만 바라보고, 결과는 이미 정해진 듯 당색(黨色)이 모든 것을 덮는다. 선거를 왜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 그러니 지역의 현안 문제나 공적 담론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이 무기력하게 가만히 있는 것은 시민적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제는 하늘에서 영웅적 지도자가 나타나지도 않거니와, 기다릴 시간도 없다. 그렇다면 시민 스스로가 움직여야 한다. 소수 세력이 독점해 온 지역의 민주적 제도와 공간을 시민들이 되찾아야 한다. 시민은 들러리가 아니다. 침묵하거나 누군가의 결정에 그저 순응하면 시민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역의 공적 공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구경꾼이 아니라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 시민을 진정으로 주인 자리에 돌려놓을 자, 그 사람이 지역의 참 일꾼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할까. 첫째는 한 시민으로서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이다. 평소 지역주민의 삶과 현실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헌신해 왔는지가 그 척도다. 선거철에 하는 말이 아니라 평소의 삶이 그 사람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역의 해묵은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결 역량이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지역에 필요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진짜로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은 지역의 낭비이자 기만이다. 셋째는 후보가 속한 정당의 궤적이다. 지역 현안에 침묵했거나 중앙의 논리만 대변해 온 정당이라면, 아무리 공약과 정책이 그럴듯해도 그 결과는 뻔하다. 끝으로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 즉 막스 베버가 말한 책임윤리(責任倫理)다. 표를 달라는 후보를 만날 때마다 나는 묻는다. 당신은 지역 공동체에 진정 무엇을 남기려 이 자리에 나왔는가? 결국 이번 선거의 본질은 단순히 좋은 후보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중앙 정치에 종속되어 온 지역 민주주의를 시민의 손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그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동시에 시민의 책임이다.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야 날개를 편다”고 했다. 역사는 사건이 끝난 뒤에야 그 실상이 제대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지방자치 40년, 이제는 지역 민주주의가 제 모습을 찾을 때다. 6월 3일, 투표소로 향하는 그 한 걸음에서 시민의 위대한 권리가 시작될 것이다.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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