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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000원 눈앞⋯대구 주유소 ‘눈치 인하’, 운전자들 “지나가다 저렴한 곳 보이면 바로 넣는다”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6-03-09 15:39 게재일 2026-03-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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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8시 40분쯤 대구 한 주유소에 오전 8시 45분대 휘발유와 경우가 1999원을 나타냈지만(위), 약 두시간 뒤인 오전 10시 45분쯤 주유소 관계자가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9일 오전 대구 동구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표시된 가격은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ℓ)당 1998원. 2000원 선을 코앞에 둔 숫자였다. 하지만 두 시간쯤 뒤인 오전 10시 45분. 같은 주유소 전광판의 숫자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휘발유는 1975원, 경유는 1995원으로 소폭 내려가 있었다.

가격 변동 폭은 크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달랐다. 주유를 하던 운전자들은 전광판을 한 번 더 확인하며 “그래도 조금 내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재명 대통령이 급등한 주유소 가격에 격노해 담합행위 엄단을 예고하는 등 정부가 유가 안정 대책을 언급한 이후 일부 주유소에서 나타나는 변화다. 당장 큰 폭의 인하는 아니지만 ‘눈치 보기’식 가격 조정이 시작된 모습이다.

수성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7)는 “기름값이 하루에도 계속 변해서 지나가다가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가 보이면 바로 들어간다”며 “더 오르면 출근할 때 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 변동이 잦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만, 최근에는 일부 주유소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가격을 조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분을 공급가격에 모두 반영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국내 가격 상승 압력은 여전히 크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00원대를 기록했다. 대구는 약 1920원, 경북은 1900원대 초반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유 가격은 일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미 ℓ당 2000원을 넘긴 주유소도 등장했다.

고유가 부담은 운전자뿐 아니라 생계를 운전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대구에서 화물차를 운행하는 60대 기사 A씨는 “기름값이 이렇게 올라도 운임을 더 주겠다는 화주는 한 곳도 없다”며 “지금 제도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그 부담을 기사들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유가가 계속되면 생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도 급등세다. 9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11.24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역시 같은 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107.54달러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주유소 가격이 2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중동 정세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 가격 제도를 신속히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 도심 주유소 전광판의 숫자는 여전히 2000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몇 십 원의 변동에도 운전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유소 앞을 지나는 차량들은 전광판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있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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