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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비밀 정원’ 울릉 나리분지, 겨울이 선물한 ‘대장관’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2-05 10:46 게재일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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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 아래 국내 유일 화구원, 은빛 평원 변신
전통 가옥 ‘우데기’ 정취 가득... 치유 명소 주목
성벽처럼 둘러싸인 외륜산 아래로 순백의 설원이 펼쳐진 울릉 나리분지 전경. 마치 거대한 눈의 성벽 안에 들어온 듯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울릉도 유일의 평원이자 화산 활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리분지’가 겨울의 한복판에서 순백의 옷을 갈아입었다. 해발 600m 높이에 자리한 이곳은 사방이 외륜산으로 둘러싸였다. 마치 거대한 눈의 성벽 안에 들어온 듯한 장관을 연출해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지리학적으로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 칼데라 화구가 함몰돼 형성된 화구원이다.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 지형을 갖추고 있고,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비옥한 토양 덕분에 과거 개척 당시부터 울릉도 주민들의 주요 생활 터전이 됐다. 겨울철 나리분지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은 국내 대표적 다설지(多雪地)로, 한 번 눈이 내리면 성인 허리 높이까지 쌓이는 압도적인 적설량을 보인다.  

나리분지 평원에 순백의 눈이 내려앉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황진영 기자

분지를 둘러싼 미륵산, 형제봉, 나리봉 등 험준한 산세가 겨울철의 매서운 찬 바람을 막아줘, 분지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특유의 정적과 평온함이 감돈다. 설원 위에 띄엄띄엄 자리 잡은 초가와 투막집은 울릉도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상징물이다. 특히 겨울철 폭설로부터 집을 보호하고 내부 활동을 가능하게 했던 외벽인 ‘우데기’는 나리분지의 겨울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이자 인문학적 가치를 더하는 대목이다. 

최근 나리분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비움’을 추구하는 여행 추세에 맞춰 자유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 햇살이 눈 위에 반사돼 보석처럼 반짝이는 낮의 풍경은 물론, 땅거미가 질 무렵 분지에 내려앉는 푸르스름한 어둠은 나리분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울릉 나리분지 설원을 찾은 가족 여행객이 동심으로 돌아가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황진영 기자

지난 4일 오후, 아들 부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향숙(70·여·대구시) 씨는 “복잡한 도심에서 느꼈던 피로가 나리분지의 광활한 설원을 보는 순간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라며 “자연이 주는 거대한 위로를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며느리 신연오(40·여) 씨 역시 “시어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이 함께 눈부신 설경을 마주하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라며 “울릉도 특유의 평온한 정취 덕분에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기분”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독특한 인문 지리적 가치를 지닌 나리분지. 겨울의 절정에서 만나는 이곳의 순 백미는 울릉도가 가진 본연의 가치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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