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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서치(看書癡)가 되기 좋은 시간

등록일 2026-01-27 17:50 게재일 2026-01-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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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 앞에는 간서치(看書癡)의 즐거움을 맛보여줄 희망 도서와 예약 도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차가운 겨울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드문드문 보이는 거리의 사람들도 시장 안의 상인과 차들도 모두가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 추운 겨울이 반가운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바깥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 겨울에 빠져들기 좋은 것을 딱하나 꼽으라면 ‘책 읽기’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열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이와 부모 할 것 없이 포근한 책 속의 문장을 따라가는 눈빛들이 열정적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어느새 도서관 주차장을 꽉 채웠다. 아파트 단지 안의 작은 도서관은 아이들이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손길로 바쁘다. 독서회 회원들도 만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읽은 책을 공유한다. 누군가는 신문에서 만난 한 줄을 나누고 또 시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추천한 책을 소개한다. 모두가 책으로 행복해진다.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던 조선의 대표적인 독서가인 이덕무도 찬 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겨울날, 허름한 초가집에서도 책을 읽으면 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아무래도 겨울은 이덕무처럼 간서치(看書癡)가 되기에 좋은 시간이다.

초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겨울방학이 되면 아침이나 저녁을 먹고서 이불 속에서 맛난 겨울 간식을 먹으며 소년잡지 속의 ‘꺼벙이’ 만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물론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역사책이나 동화책도 있었다. 다음에 읽을 사람은 연락망으로 서로 얘기를 해서 책을 돌려보았던 것 같다.

지금 우리를 간서치로 만들어줄 책은 많지만 그중 고전이 최고다. 물론 아이와 함께라면 그림책도 좋다. 지난 목요일 커뮤니티센터에서 영어 수업하기 전, 도서관에 들러 오래전 보았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요즘 다시 읽기 하는 양귀자의 ‘모순’을 빌리기로 했다. 고전이라 생각하면 떠오르는 책이 영미 소설인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고민하다가 ‘폭풍의 언덕’을 고른 건 다음 달에 개봉하는 영화를 궁금해하면서 다시 읽고 싶기도 해서였다.

소설을 떠올리면 황량한 겨울의 이미지가 영국 요크셔 지방의 강한 바람과도 어울릴 것 같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 바람이 느껴지니 지도에서 요크셔 지방을 찾아보았다. 런던보다 한참 위쪽에 위치해 있다. 소설 속의 지역을 생각하니 확실히 바람과 잘 어울린다. 주인공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생각하면서.

저녁을 먹고 아이들에게 다시 읽은 소설 이야기를 했다. 브론테 자매들도 추운 겨울날 모여서 책과 자신들이 지어낸 이야기로 긴 겨울을 보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양귀자의 모순도 요즘 필독서가 된 책이다. 덕분에 독서 모임에서도 읽었다. 책 속의 주인공이 결혼하기 전에 두 남자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새롭다. 주인공 이름에서부터 모순이 느껴지지만 마지막 안 진진의 선택처럼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삶이 모순투성이라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독서회의 한 회원은 처음과 다르게 나이 들어서 다시 보니 안 진진처럼 선택하지 않았을까 말했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지금까지 그 인기가 멈출 줄 모르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읽는다. 그리고 해리포터와 관련한 물건이 있으면 사 모으기 바쁘다. 여전한 해리포터 사랑이다.

밤이 깊고 조용한 겨울, 간서치(看書癡)의 즐거움을 누려보시길.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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