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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허구에 대한 불편한 진실

등록일 2026-01-26 16:52 게재일 2026-01-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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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봉학 변호사

진실은 복잡하지만, 허구는 간단하다. 진실은 불편하지만, 허구는 편안하다. 진실은 발견하기 어렵지만, 허구는 만들기 쉽다. 진실은 복잡하다. 단일한 원인이나 선명한 결론을 주지도 않는다. 진실 속에는 여러 조건과 맥락이 얽혀있고, 발견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마주하게 되더라도 종종 우리의 기대를 배반한다. 무엇보다 진실은 불편하다. 책임을 요구하고, 믿어온 것들을 수정하라고 명령하며, 때로는 우리가 속해 있던 집단의 안락함을 파괴하기도 한다. 반면, 허구는 단순하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선과 악이 갈라져 있으며,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즉시 판별된다. 허구는 고통을 요구하지 않으며, 불편한 자기 점검 대신, 감정적 안정을 제공한다. 인간이 진실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허구를 선택해 온 이유이다.

진실과 허구는 ‘정보’라는 네트워크에서 작동한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넥서스’에서, 진실과 허구의 양면적 속성에 기반하여, 정보의 목표가 오직 ‘진실 발견’에 있다는 순진한 정보관을 비판한다. 정보네트워크 속에는 진실 발견 이외에 ‘질서유지’라는 매우 중요한 속성이 있음을 통찰한다. 정보의 주된 임무가 진실 발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진실 발견에서 ‘지혜와 힘’이 나온다고 믿지만, 이건 매우 순진하다는 것이다. 진실 발견과 더불어 질서유지라는 정보의 작용을 문제 삼는 것이다. 질서유지에서도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정보의 두 가지 기능 중 진실 발견 보다 질서유지의 작용이 더 큰 작용을 하는 경우, 이때 작동하는 정보가 진실에 기반하는지 허위에 기반하는지가 문제이다. 서글프게도(?) 역사적으로 많은 질서유지 기능의 상당 부분은 허구에 기반해 왔다.

정보의 숲에서 진실 발견과 질서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특히 권력자들은) ‘질서유지를 위하여’ 정보를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 이외에, 허구, 환상, 선전, 때로는 새빨간 거짓말도 이용한다. 정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현실을 조작하기도 한다. 진실은 조작하기 어렵지만, 허구는 조작이 쉽다. 진실은 모순된 데이터들을 함께 포함하고, 단일한 감정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즉각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에, 허구는 몇 개의 감정적 연결만으로 강력한 서사를 만들 수 있고, 그렇게 생산된 서사는 빠르게 확산한다. 오늘날 인간들은 더 이상 개별 사실을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연결된 정보 묶음, 즉 서사를 소비한다. 알고리즘과 플랫폼은 이러한 경향을 극대화한다. 복잡한 진실은 클릭을 유도하지 못하고, 불편한 진실은 공유를 방해한다. 반면, 단순한 허구는 감정을 자극하고, 분노나 위안을 제공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넥서스’는 이러한 반응을 학습하고 더 유사한 허구를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스스로 허구의 연결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허구가 강력해지는 이유는, 인간이 거짓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허구를 따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고통 회피다. 진실은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만, 허구는 책임을 외부로 돌린다. 문제는 언제나 ‘그 들’ 때문이고, 나는 피해자이거나 정의 편에 서 있다. 진실보다는 ‘허구의 질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질서가 진실하든 말든···.

/공봉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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