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행복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등록일 2026-02-23 15:58 게재일 2026-02-24 18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공봉학 변호사

살아가면서 ‘좋은 순간들’이 있다. 이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해도 좋다. 행복을 정의할 순 없지만 ‘행복해’라고 말할 수 있음이 행복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아주 가끔씩 ‘이 순간이 행복해’라고 하지만, 내면의 행복은 아쉽게도 늘 먼 미래에 있다. 결코 맞이할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왜냐면 우리 모두 ‘파랑새 증후군’ 환자이므로.

행복은 향수와 같아서 자신에게 먼저 뿌리지 않고서는 남에게 향기를 풍길 수 없다. 도달해야 할 경지가 아니라, 지금 느끼는 상태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은 없다. 행복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축적된 미세한 순간들의 감각이다. 삶의 여정에서 매 순간순간 경험되는 것이다. 그런고로 행복은 매 순간 내 몸이 우주와 교감하는 방식인 셈이다. 모닝커피 한잔의 향기, 퇴근길 노을, 지나치는 행인의 미소, 동료들과의 농담, 아내가 차린 조촐한 밥상, 행복이 아닌 것들이 없다. 행복을 추구하여 봤자, 그것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은 저기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이다. 그래서 행복을 좋은 ‘순간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좋았던 순간들이 행복이었던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지’라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뒤늦은 중얼거림이 자신이 놓친 행복을 다시 찾아오지는 못한다. 행복을 미래로 예약하는 순간, 오늘은, 결핍이 된다. 행복은 예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장 경험만이 가능한 것이기에.

행복을 미래로 미루는 사람은 늘 조건을 기다린다, 건강해지면, 돈이 모이면, 아이가 크면···. 그래 봤자 삶이 이렇게 순서대로 진행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조건이 갖추어진들 또 다른 조건이 기다린다. 행복을 목표로 정하여 둔 사람은, 그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그 행복이 사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행복은 추구할수록 멀어지고, 누릴수록 가까워진다. 추구함은 항상 긴장을 동반한다. 더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누림은 이완이다. ‘지금 여기’에 머무는 태도이다. 누린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태도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종종 결핍의 언어들로 가득하다. 아직 부족하다. 아직 멀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등등. 그러나 ‘행복을 누리는 삶의 문법’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 충분하다, 지금 숨 쉬고 있다, 지금 살아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행복은 더 이상 미루어야 할 프로젝트가 아닌 것이 된다.

현대의 디지털 기술은 행복을 더욱더 복잡하게 이끄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교의 장으로, 미래로 보낸다. 소셜 미디어 속에서 타인의 삶은 언제나 빛나 보이며,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의 체험이 아니라, 미래의 전시가 된다. 자신의 행복을 즐기기에 앞서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가슴에 담기에 앞서 카메라에 담는다. 파스칼은 인간이 불행한 이유를 다음과 같은 단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모든 불행은 방안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공봉학 변호사

공봉학의 인문학 이야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