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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전 ‘불법파견’ 쐐기… 울릉도 등 도서 발전노동자 183명 2심 승소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1-22 15:18 게재일 2026-01-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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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소송 제기 후 6년 만의 ‘사필귀정’
광주고법 “한전, 직접 고용 의무 있다”
22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울릉도 등 도서지역 발전 노동자들이 주먹을 맞쥐며 기뻐하고 있다.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 제공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울릉도 등 도서지역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 형태로 사용해왔다는 법원의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2020년 소송이 시작된 지 6년여 만이다. 이번 판결로 울릉도를 비롯한 낙도 노동자 183명의 정규직 지위가 다시 한번 인정되면서, 그간 자회사 전적 거부를 이유로 해고됐던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 소속 조합원 183명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한전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단은 명확했다. 도서지역 발전노동자들이 비록 위탁업체 소속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한전의 지휘와 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해온 ‘파견법상 근로자’라고 본 것이다. 

이는 지난 2023년 6월 1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재확인한 것으로, 한전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못 박았다. 이번 판결은 지난 6년간 생활고와 해고의 고통을 견뎌온 노동자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히 울릉도 조합원 15명 등 도서지역 노동자들은 한전의 ‘자회사 전적’ 압박에 맞서 험난한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앞서 한전은 1심 패소 이후에도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로의 소속 변경을 종용했고, 이에 불응한 노동자들을 2024년 8월 집단 해고하는 등 강경책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울릉도에서 근무하던 고(故) 이병우 조합원은 해고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지난 2025년 4월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승소 판결은 고인이 끝내 보지 못한 ‘정규직 복직’의 꿈이 법적으로 정당했음을 증명하는 결과가 됐다.

판결 직후 최대봉 도서전력지부장은 “거대 공기업의 탄압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옳았음이 증명된 사필귀정의 결과”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한전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상고를 포기하고, 고 이병우 조합원과 해고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공공기관 내 고착화된 위험의 외주화와 불법 파견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노조 측은 한전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즉각적인 고용 절차에 착수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만약 한전이 시간 끌기에 나설 경우 보다 강력한 복직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6년을 끌어온 울릉도 등 도서 발전노동자들의 ‘정의 찾기’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한전의 향후 행보에 사회적 귀추가 주목된다.

/황진영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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