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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과 칼끝으로 여는 제2의 인생드라마”

등록일 2026-01-12 13:41 게재일 2026-01-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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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광원 한국서각협회 청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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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낙향해 서예와 사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는 청함갤러리의 하광원씨.(왼쪽)

수십 년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은행에서 딱딱한 숫자만 다루며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던 한 지점장이, 이제는 은은한 묵향과 나무의 결을 어루만지는 예술가로 변신해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사단법인 한국서각협회 하광원(73) 청도지부장이다. 하 지부장은 청도 각남면 출신으로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하기까지 수도권에서만 40여 년간 잔뼈가 굵은 정통 ‘금융 맨’이다. 그의 고향 사랑은 어느 누구보다 눈물겹다. 현직에 있을 때도 매주 주말이면 서울에서 청도까지 고향을 찾아 선산을 관리하며 부모님이 남긴 집과 토지를 관리하곤 했다. 정년퇴직 후에 서울에서 함께한 모든 일들을 뒤로 하고 귀향하여 붓과 칼을 잡았다.

평소 손재주가 좋은 그는 현직에 있을 때도 고향 집을 본인이 직접 설계, 건축하였으며 서각 및 서예 분야 각종 국내 대회 및 세계 대회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귀향한 지 십여 년이 되다 보니 서예의 유려한 선과 서각의 깊은 입체감을 터득하고 인생의 참된 즐거움을 찾게 됐다고 웃음 짓는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봉사를 즐겨하는 그의 품성은 제2의 인생을 개인의 취미에만 몰두하지 않았다. 타고난 재주와 스스로 익힌 능력을 함께 나누길 결심하고 고향 집을 헐어 작품을 진열하는 갤러리로 리모델링하였다.

그의 고향 ‘청도 함박리’ 이름을 따 ‘청함갤러리’라 지었다. 그는 현재 ‘청함갤러리’와 청도향교 등에서 향서회, 복각회, 남서회, 청각회, 청서회 등 5개 단체 40여 명의 회원을 지도하며 서각의 불모지 청도 지역에서 서예·서각의 저변을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평소 정이 많은 그는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자성어 서예작품을 즉석에서 무료로 써서 증정하며 전 군민 가훈 써주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1주일간 전시한 ‘청호락 전시회’는 지역 인사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히 개최되었다. ‘청호락’은 청도를 좋아하고 즐기자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십수 년간 지도한 문하생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박성곤 청도군의회 부의장은 “사회적 성공을 마다하고 귀향하여 시간과 사재를 털어가며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 주는 하 지부장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하 지부장은 “퇴직 후 삶을 고민하는 많은 분에게 서예와 서각이 제2의 인생을 꽃피우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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