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영덕·청송·의성·안동 5개 시군 주민 약 500명 집결 “시혜적 지원 아닌 정당한 배상 원해”···집단손해배상소송 추진 공식 선언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초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정부의 대응과 보상 체계를 규탄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29일 오후 영양·영덕·청송·의성·안동 등 경북 5개 시군 산불 피해 주민들로 구성된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특별법 시행령 전면 재검토 및 개정 △피해 주민 권리를 보장하는 실질적 손해배상 체계 마련 △집단손해배상소송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대응 △경북 초대형 산불 관련 국정조사 즉각 실시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는 버스 15대를 타고 상경한 피해 주민 약 500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상복을 차려입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곡소리로 회견을 시작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경북 산불로 사망자 31명, 부상자 187명이 발생했고 수많은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은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피해 주민들의 주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부실한 산림 관리와 기후 위기에 대한 미흡한 대응, 초기 진화 실패와 지휘체계 혼선이 겹친 명백한 인재”라며 “그럼에도 시행령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피해 보상을 일회성 지원금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피해 주민들은 이날 집단손해배상소송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불 발생과 확산 과정에서의 국가 책임, 산림청과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의 관리·대응 실패, 피해 규모 축소와 부실 보상 문제를 법정에서 명확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정항우 대책위 상임위원장은 “국정조사는 책임을 묻기 위한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과정”이라며 “국회가 침묵한다면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공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활동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김정호 특위 위원장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해 연장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며 “임시주택 거주자 등 국가 지원이 절실한 국민이 여전히 많은 만큼 정부는 성과를 피해지역에 신속히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