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봉성면 우곡리 문수산 중턱 우곡성지. 한국 가톨릭 최초의 수도자 농은 홍유한(1726~1785) 선생이 모셔져 있는 그곳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홍유한은 조선 후기 천주교를 뿌리내리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칠극(七克)’의 교리에 따라 28년 동안 천주교 수계생활하였다. 홍유한은 풍산홍씨 명문가, 정조임금 외갓집인 서울 아현동에서 태어나 1750년경부터 순암 안정복, 녹암 권철신 등과 함께 당시 유행했던 서양 서적인 ‘천주실의’ ‘칠극’ 등 서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1757년 한양 생활을 청산하고 충청도 예산으로 내려가서 혼자 18년간 ‘칠극’에 따른 수계생활을 하였고 이후 소백산 아래 영주시 단산면 구구리에서 10년 동안 수덕생활을 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우곡성지는 1993년 홍유한의 묘소를 발견해 천주교 성지로 개발되었고, 신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우곡성지에는 홍유한 동상, 홍유한 후손 순교자 현양비, 예수성심상, 농은 쉼터, 홍유한 묘소, 순교자 13위 가묘, 칠극의 길, 사제관, 청소년야영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홍유한의 후손 가운데는 그의 뜻을 이어 신앙생활 하던 중 박해로 인한 순교자들이 13명이나 된다. 신유박해 때 홍정호, 홍낙민, 한국 최초의 여성회장 홍필주의 어머니 강완숙, 홍필주, 정조임금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동생 홍낙임, 기해박해 때 홍재영, 홍봉주 부인 삼조이, 홍봉주 등이 바로 그들.
가톨릭 최초의 수덕자 홍유한이 실천했던 ‘칠극’의 정신은 신앙인이 아니어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라 여겨진다. 홍유한 동상 앞에는 칠극에 대한 설명과 칠극의 길이 있다.
‘칠극’이란 스페인 출신 판토하(1571~1618) 신부가 쓴 교리서다. 홍유한은 세례를 받지는 못했지만 칠극을 지키며 살았다고 한다.
제1극 복오(伏傲)는 교만을 억누르다는 의미. 제2극 평투(平妬)는 질투를 가라앉히다, 제3극 해탐(解貪)은 탐욕을 풀다, 제4극 식분(熄忿)은 분노를 없애다, 제5극 색도(塞饕)는 탐을 내어 먹고 마시는 것을 막아내다, 제6극 방음(防淫)은 음란함을 막아내다, 제7극 책태(策怠)는 게으름을 채찍질한다는 걸 의미한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깨끗한 문수산의 자연환경 속에 자리 잡은 우곡성지 옆 계곡엔 봉화군이 운영하는 문수산 자연휴양림이 있고, 초입에는 유명한 다덕약수관광지가 있어 관광객과 자연휴양림을 찾는 일반인들도 많이 다녀가는 곳이다.
봉화 천주교 우곡성지는 산이 에워싸고 계곡이 흐르는 조용한 산골로 마음을 쉬게 하는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신앙인이 아니어도 지난 역사 속 묵직한 무게를 느끼게 하는 순교자들의 삶과 마주하고 애잔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우곡성지 아래엔 아담한 시거리 마을이 있다. 10호도 안 되는 산골마을로 길섶으로 깊숙한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잘 닦여진 산길에 짙은 소나무 숲이 있다. 그렇기에 호젓하면서도 청량감 넘치는 곳이 바로 우곡성지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