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시간 동안 발언대를 지키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장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고, 23일 오전 11시 40분까지 총 24시간 발언했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이 지나자 더불어민주당은 무기명 투표를 통해 토론을 강제 종결했다. 이는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이 기록한 종전 최장 기록인 17시간 12분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밤샘 토론에서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전담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사항을 대법원 예규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 대표는 토론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께서 오늘, 이 필리버스터를 보고 딱 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다. 이 법을 영원히 기억해주고 이후 이뤄질 표결에서 어떤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는지 영원히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으로 나는 이 긴 시간 여기 홀로 서서 필리버스터를 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시작 이후 조를 꾸려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장 대표를 지원했다. 최장 기록을 넘어선 순간 “기록 깼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새벽 5시께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며 본회의장 집결을 요청했다.
민주당 소속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무위원석에서 밤샘으로 자리를 지키며 토론을 지켜봤다. 반대 토론이 23시간을 넘긴 시점에서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찬성 토론 기회를 요구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 의장은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라 발언자에 달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잠시 소란이 빚어졌다.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낸 뒤 본회의장을 떠났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창피하다”며 해당 법안을 표결 처리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