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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에도 일터로” 경북 노동시장, 고령층 중심으로 재편

이도훈 기자
등록일 2025-12-18 11:12 게재일 2025-12-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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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 평균 연령 62세…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 10년 새 7%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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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풍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산불감시원들이 현장 투입에 앞서 근무 일정과 담당 구역을 확인하고 있다.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살려면 나이가 들어서도 몸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해야 해요”

18일 오전 8시 안동시 풍천면 행정복지센터. 빨간색 산불감시원 외투를 입은 인원들이 현장 투입을 앞두고 회의실에 모였다. 은퇴 이후에도 일을 이어가는 이들이다. 책상 위에는 근무 일정표와 담당 구역이 표시된 서류가 놓였고, 감시원들은 배부된 자료를 한 장씩 넘기며 설명을 듣는다. 담당 공무원이 이날 근무 구역과 유의 사항을 안내하자 감시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확인한다.

간단한 업무 전달이 끝난 뒤에는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이 이어진다. 산불조심기간 동안 매일 반복되는 절차다. 체조를 마친 감시원들은 무전기와 장비를 챙겨 각자 배정된 구역으로 향할 채비를 한다.

현장에 모인 산불감시원들의 연령대는 한눈에 봐도 높다. 실제로 경북에서 활동 중인 산불감시원 상당수는 고령층이다. 경북 전역에서 활동 중인 산불감시원은 2582명으로, 평균 연령은 62세다.

이곳에서 만난 한 산불감시원은 “이 나이에 새로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간은 짧아도 산불감시원 일은 지역 사정을 아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령층이 다시 일터로 나서는 모습은 산불감시원 현장에만 나타나는 장면은 아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경북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연령계층별 경제활동참가율에 따르면 경북의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2014년 50.5%에서 2024년 57.2%로 상승했다.

직장에서 물러나는 시점은 60세 전후에 머물러 있지만, 이후의 삶을 온전히 연금에 의존하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은퇴 이후에도 다시 노동시장으로 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는 단순한 취업 증가로만 볼 수는 없다.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단기·계절·공공형 일자리에 집중되는 구조가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감시원과 같은 현장 업무를 비롯해 환경 관리, 농촌 지원, 안전·감시 분야 등에서 고령 인력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지속적인 고용이나 안정적인 임금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고령층의 노동 참여 확대는 정년 연장이나 일자리 경쟁의 문제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은퇴 이후에도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려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정년 이후의 노동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단기·계절형 일자리에 쏠린 고령층 노동을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하고, 정년 이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역할 분담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함재봉 국립경국대학교 자치행정과 교수는 “지역 안전과 환경 관리가 고령층의 단기 노동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며 "정년 이후 노동을 지역 유지 인력으로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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