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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을 다하는 것이 현장을 지키는 일입니다”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2-21 17:53 게재일 2025-12-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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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젊은 철강인의 열정이 내일을 만든다
‘STEEL THE NEXT’ : ⑫압연설비부 냉연정비섹션 김헌제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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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제 계장이 청음봉을 통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2010넌 입사 전기정비직으로 만 15넌
현재 ‘냉연의 꽃’ PCM 압연 공정 맡아
설비 고장 예측·예방 최적의 상태 유지

- 본인 소개와 현재 맡고 있는 주요 업무를 말해달라.

 

포항제철소 압연설비2부 냉연정비2섹션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헌제 계장이다. 2010년 포스코에 입사해 전기정비직으로 일한 지 만 15년이 됐다. 현재는 냉연의 꽃이라 불리는 PCM 압연 공정을 맡고 있다.

PCM 압연은 쉽게 말해, 두꺼운 철판을 얇고 매끈하게 만드는 ‘철판 다듬기 공정’이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눌러 원하는 두께로 펴는 과정과 비슷하다.
열연 코일이라는 ‘반죽’을 압연 롤이라는 ‘밀대’로 강하게 눌러 얇게 만들고, 표면을 고르게 다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압연 롤과 철판이 맞물리며 강한 압력과 마찰이 발생하고, 여기에 고속 회전으로 인한 열까지 더해진다.
아주 미세한 두께 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 설치된 각종 센서와 전기설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을 예방하는 일을 맡고 있다.
또한 생산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비 제어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다.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어릴 때부터 내 꿈은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포항제철공고에 입학한 순간부터 그 목표는 더욱 확고해졌다.
하지만 졸업할 무렵엔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바로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취업 시장도 얼어붙어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던 중 운 좋게 중장비를 제작하는 제조업체에 입사하게 되어 약 2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단순 반복적인 조립 공정은 내 적성과 잘 맞지 않았고,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심 생활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고민 끝에 오랜 꿈이었던 포스코 입사를 목표로 다시 준비를 시작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 냉연정비섹션을 소개한다면, 어떤 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가?

냉연정비섹션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설비의 명의(名醫)’다.
사람의 병을 미리 발견해 예방하고, 병이 생기더라도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치료하는 의사처럼, 우리는 설비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철강 산업이라고 하면 거친 현장을 떠올리기 쉽지만, 요즘 현장은 점점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면서 설비의 ‘아픈 곳’을 미리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몇 년 전 도입된 PIMS(POSCO Intelligent Maintenance System)이다. 이 시스템은 과거에 발생했던 고장이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데이터로 분석해,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직은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정비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곧 ‘스마트 제철소’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냉연정비섹션은 그 길을 묵묵히 준비하며, 설비가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오늘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1인분은 반드시 하자” 평소의 생활 신조
내가 지키고 싶은 원칙은 ‘책임’과 ‘헌신’
신뢰받고 안전한 현장 만들기 위해 필요

-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원칙은 무엇인가?

내 회사생활의 신조는 단순하다. “1인분은 반드시 하자.” 내가 맡은 몫을 다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동료에게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하지만 ‘1인분’은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만큼 배우고, 익히고,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정비 업무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부품을 미리 준비하고, 고장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설비 상태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다.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압연기능장, 산업안전기사, 설비보전산업기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꾸준히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지식을 높이는 것이 곧 팀의 안정성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선후배 사이의 연결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후배들의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선배들에게 전달하며 팀이 하나로 움직이도록 돕는다.
설비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야간에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도 주저 없이 현장에 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 내가 지키고 싶은 원칙은 ‘책임’과 ‘헌신’이다.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동료와 조직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것. 그 두 가지가 모여야 비로소 안전하고 신뢰받는 현장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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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제 계장이 계전기를 살펴보고 있다.

- 포스코의 복지 제도 중에서 특히 만족하며 누리고 있는 제도가 있다면?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방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연극 프로그램, 클래식 공연, K-POP 콘서트까지 그 폭이 넓고 수준도 높아 다방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특히 8세 자녀가 있는 나에게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큰 의미로 다가온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공연 프로그램들을 보며 가족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경험은 포스코의 복지 혜택이 아니었다면 쉽게 누릴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다.

올여름 블루원 워터파크 대관 행사도 잊을 수 없다. 평소 대형 워터파크는 인파 때문에 선뜻 가기 어려웠는데, 대관 행사 덕분에 아이와 함께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시원한 물놀이와 함께 소소한 이벤트, 기념촬영까지 하루 종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경험은 단순한 ‘행사 참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고, 삶의 활력을 주는 순간이었다.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애써주시는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직원들의 문화생활 다양한 지원 큰 만족
연극·클래식·K-POP 까지 수준도 높아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삶의 활력

- 국내 철강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철강 산업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글로벌 경기 변동, 세계적인 철강 수요 둔화, 특히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저가 수출은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 환경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석탄을 쓰는 고로 제철 방식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포스코는 이러한 도전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개발에 착수하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2050년까지 모든 제철소를 수소환원제철소로 전환해, 환경 친화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탄소중립 철강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국내 철강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산업을 물려주기 위한 필수 과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그리고 변화를 선도하는 실행력 그것이 포스코가 걸어온 길이며, 앞으로도 걸어갈 길이라고 믿는다.

조직 내 MZ세대가 주력 인력으로 자리
세대 교체되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협력·소통이 강한 조직 만드는 것 목표

- 앞으로의 포부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큰 세대 교체의 흐름 속에 있다. 60년대에 태어난 선배들이 차례로 현장을 떠나고, 이제 MZ세대가 주력 인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중견사원으로서, 선배들의 경험과 후배들의 열정을 이어주는 연결점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후배 사원들과의 좋은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업무를 빠르게 습득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동시에 관리자를 보필하고, 현장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중간 리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변화하는 인력 구조 속에서, 세대 간의 협력과 소통이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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