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사태 1년을 맞아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 전체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수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계엄책임을 둘러싼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며 지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4일 현재까지 TK 지역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6명이 공식 사과에 동참했고, 나머지 19명은 침묵을 지키며 두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위헌·위법적 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공식 사과했다.
같은 날 초·재선 의원 25명도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반헌법적 행위”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계엄 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성명에는 TK 지역의 권영진(대구 달서병), 우재준(대구 북갑), 김형동(안동·예천), 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재선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 역시 별도의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위헌·위법적인 조치’였다고 비판하며 사과 대열에 합류했다.
나머지 19명의 TK 의원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는 계엄 문제를 다시 꺼낼 경우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사과파’ 의원실에 성명 발표 직후 항의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TK지역 한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계엄 사태에 관한 판단은 개별 의원의 몫이지만, 당 대표의 입장도 있는 만큼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계속 노출되는 상황보다는, 당의 단합된 메시지를 만들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며 침묵을 고수하는 배경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약 6개월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대다수 TK 의원의 입장을 반영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계엄 사과를 둘러싼 균열이 단순한 입장 차이를 넘어 국민의힘 내부의 새로운 대립축을 형성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친윤-비윤’ 구도가 약화하는 가운데, 수도권·PK와 TK 지역 간 정치적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다만, 이를 당내 세력 재편으로 연결짓기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전략에 의해 촉발된 일시적인 국면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