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현주 포항시농업기술센터소장 포항시, 치유농업 지원 조례 제정 곤충·공예 등 맞춤형 프로그램 7곳 농장 운영… 연 7600명 발길 지진·태풍으로 지친 마음 회복 농업체험·상담 결합 농업 추진 돌봄마을 등 미래회복 모델 준비
포항은 2017년과 2018년 2차례 지진을 겪었고, 2022년 9월에는 태풍 힌남노 물 폭탄을 맞았다. 포항시민들은 엄청난 재난을 잇따라 겪은 탓에 아직도 상처를 온전하게 극복하지 못했다.
“재난을 겪은 도시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시민의 마음을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이현주 포항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26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포항의 자연과 농업 자원이 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소장은 2년 전부터 포항의 치유농업을 이끌고 있다. 치유농업은 지진·태풍을 겪은 포항의 심리·정서 회복 전략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경관치유농업팀을 신설하고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도 제정하는 등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이를 발판삼아 포항에는 곤충 기반 정서치유부터 연잎 공예, 발달·인지장애 맞춤형 프로그램, 도시 원예치유까지 성격이 다른 7개 치유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7600여 명이 찾는 등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소장은 “내년에 북구보건소 인근에 1만㎡ 부지에 연 면적 1000㎡ 규모의 치유농업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라면서 “교육·컨설팅·효과 분석 등 전문 지원을 제공하면서 7개 치유농장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시는 최근 ‘농업 대전환 시대의 나침반, 치유농업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자체·의료·복지·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치유농업의 제도화와 지역 맞춤형 모델 구축 방향을 논의했다. 이 소장은 “치유농업이 단순 체험이 아니라 지역 복지와 보건, 의료를 연결하는 공공서비스라는 인식이 지역사회에 확산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포항시 농업기술센터는 포항트라우마센터와 연계해 상담 프로그램 일부를 농촌 체험으로 구성해 심리 회복 효과를 높이고 있다. 트라우마센터는 심리 치료를 담당하고, 농업기술센터는 흙·식물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두 기능이 만날 때 회복 속도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남·북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올해는 경증·초로기 치매 환자와 보호자 60명이 도자기 화분 만들기, 이끼테라리움, 텃밭 요리 등 인지·정서 융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보건소의 전문성과 농촌의 치유 자원이 결합하는 구조가 바로 보건·복지·의료가 치유농업에서 만나는 지점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돌봄마을’ 조성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돌봄마을은 치매·우울·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일정 기간 농촌에 머물며 회복하는 생활치유형 모델이다. 포항시는 내년에 기초 조사와 모델 설계를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
이 소장은 “병원과 약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초기 정서 문제를 농촌에서 보완할 수 있다”며 “도시의 치료 수요를 농촌 자원과 연결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