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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물놀이 즐기던 세 선녀 옥황상제 불벼락에 바위로…

등록일 2025-11-16 19:14 게재일 2025-11-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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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녀와 장군의 사랑 이야기가 깃든 삼선암과 관음도
울릉도 바로 옆에 있는 관음도. 

 

선녀-호위장수의 몰래한 사랑
천계로 승천할 시간 놓쳐 비극
삼선암 옆엔 키작은 장군바위

 

산 하나가 해상에 솟은 관음도
2012년 본섬과 다리 놓였지만
살던 2가구 떠난 지금은 무인도

△  깍새섬으로 불렸던 관음도 

석포에 들렀으니 내친김에 관음도를 빼놓을 수가 있다. 저동에서 북면으로 향하는 순환 버스가 섬목 터널들을 빠져나오면 바로 관음도 입구다. 이 지역은 울릉도의 목이다. 섬목이란 이름은 목처럼 기다란 섬의 목(모가지)이란 뜻이다. 섬 지역에는 유난히 목이란 지명이 들어간 곳이 많다. 

목섬이란 이름의 섬들도 많다. 이곳은 울릉도의 목이니 관음도는 그 머리쯤 되는 걸까? 울릉도의 머리, 관음도. 몸체와 목이 있는데 머리까지 있어야 완전체가 아닌가. 관음도로 인해 울릉도는 비로소 온전한 몸이 된다.

관음도 입도는 유료다. 입장료를 내고 관음도로 들어간다. 어제는 비할 데 없이 잔잔하더니 오늘은 또 파도가 거세다. 늦가을부터 울릉도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제부터 겨우 내내 파도 센 날들의 연속이다. 2021년, 울릉크루즈에서 1만2톤급 전천후 여객선 ‘뉴다시오펄’호를 띄우기 전까지 겨울 울릉도에 입도하는 이는 보름쯤 발이 묶일 각오를 해야 했다. 

관음도.

2017년의 경우 연간 울릉도 여객선 결항 일이 143일이나 됐다. 그러니 겨울이면 한달에 2-3회 배가 뜨는 것이 고작이었다. 크루즈선이 뜨면서 결항일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제는 겨울에도 두려움 없이 울릉도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울릉도의 설경 또한 일본의 북해도 못지않다. 눈 구경하러 북해도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울릉도로 가는 것 또한 좋지 않겠는가?

 관음도와 울릉 본섬 사이에 다리가 놓인 것은 2012년이다. 2009년 7월에 공사를 시작해 2012년 5월에 끝났으니 작은 다리 하나 만드는 데 3년이나 걸렸다. 울릉도에서는 모든 공사가 더디기만 하다. 지금은 무인도가 됐지만 예전에는 관음도에도 2가구가 살았었다. 죽도만큼이나 가파르고 작은 섬이지만 그래도 죽도와는 달리 관음도에는 먹을 물이 나왔다. 

관음도.

섬은 깍새(슴새)가 많이 살아서 깍새 섬이라고 했다. 울릉도 개척 당시 먹을 것이 부족한 개척민들이 이 섬에서 깍새를 잡아 구워 먹고 주린 배를 채우기도 했다. 매표소에서 다리까지 가는 데는 엘리베이터도 있고 7층 높이의 계단도 있다.

 관음도로 건너는 다리에 오르자 동쪽으로는 죽도가 서쪽으로는 삼선암이 관음도를 호위하듯 서 있다. 삼선암은 보는 방향에 따라 하나가 되기도 하고 둘이 되기도, 또 셋이 되기도 한다. 한 방향에서만 보면 그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은 사물이나 관계나 다르지 않다. 다리를 건너 관음도 초입에서 보니 삼선암은 서로 겹쳐져서 마치 하나의 섬 같다.

 △ 막내 선녀와 호위무사의 사랑 전설로 남아 

관음도의 가을 풍경. 

아득한 옛날 동해 바다의 경치에 매혹된 세 선녀가 자주 울릉도 부근 바다에 내려와 물놀이를 즐기다 승천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도 선녀들은 옥황상제의 장수와 용의 호위를 받으며 울릉도 앞 바다로 내려와 노닐었다. 

물놀이에 열중해 있던 두 언니 선녀는 문득 막내 선녀가 호위 장수와 몰래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목격했다. 언니 선녀는 옥황상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하늘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막내 선녀의 옷이 사라지고 없었다. 막내를 버려두고 둘이만 돌아갈 수가 없어 함께 옷을 찾다가 선녀들은 천계로 승천할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옥황상제가 누군가. 아무리 숨어도 다 알아낼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가. 선녀가 호위무사와 정을 통한 것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옥황상제는 불벼락을 내려 그들을 모두 바위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삼선암 옆에는 키 작은 장군 바위도 있다. 막내 선녀와 사랑을 나누던 호위 무사일 것이다. 질투에 눈먼 옥황상제가 무사라고 봐줬겠는가? 울릉도 삼선암에 깃든 전설이다.

 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천상의 주인인 옥화상제마저도 질투심에 눈멀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의 힘은 신보다 강한 것이 아닌가. 두렵고 또 두렵구나. 사랑이여!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울릉도 본섬의 산봉우리들은 이미 안개가 삼켜버렸다. 관음도 다리에서 왼쪽 절벽에 사람의 얼굴 모양이 보인다. 무심히 지나치면 볼 수 없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메부리코와 입, 눈두덩이 그대로 사람 얼굴이다. 저 또한 큰 바위 얼굴인가? 

관음도는 그대로 산 하나가 해상에 솟아 오른 모양이다. 높이 106m, 둘레 800m, 깎아지른 절벽의 섬에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죽도처럼 정상부에 평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관음도 북동쪽에는 큰 굴이 2개나 뚫려있다. 울릉도의 3대 해상 비경 중 하나인 관음 쌍굴이다. 이 굴의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울릉도 사람들이 받아다 마시곤 했다.

 △  편안한 숲과 초원이 펼쳐진 관음도 

울릉본섬과 관음도를 연결하는 다리 

관음도 초입은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군락이다. 강한 바닷바람에 잎들이 바짝 타버렸다. 관음도는 일부만 숲이 남아 있고 대부분은 초지다. 농사를 짓고 살던 시절의 유산이다. 관음도 전망대에 서니 건너편 절벽 위 건물들이 아찔하다. 안용복 기념관과 석포 마을의 집들이다. 

천 길 낭떠러지 위 공중 마을. 어제 저 마을을 지나올 때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그토록 위태롭고 가파른 절벽 위의 마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역시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 멀리서 위태롭고 아스라이 보이던 관음도에 들어오니 섬은 그저 평안한 숲과 초원이다. 

오래 전 다리가 놓이지 않아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을 때 해무에 쌓인 관음도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관음도는 더없이 신비로웠었다. 섬 속에 들어오니 더이상 신비는 없다. 저 건너 삼선암 또한 그러할 것이다. 떨어져 보니 신화 속의 삼선암이지만 다가가면 그저 바위덩어리일 뿐이다.

삼선암길

 관음도를 빠져나와 삼선암 방향 도로를 따라 걷는다. 섬목에서 10여분이면 삼선암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멀리서 보던 삼선암을 바로 앞에서 보니 그 풍경이 압도적이다. 멀리서는 삼선암, 세 선녀가 나란히 서 있는 듯 보였는데 가까이 와 보니 막내 선녀 바위만 뚝 떨어져 있다. 가혹하기도 하다. 

삼선암.

심술보 가득한 옥황상제. 여기서 천부까지 이르는 해안도로는 울릉도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삼선암, 장군바위, 딴섬, 공암까지 절경의 바위섬들이 이 길에 다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해안도로 변을 따라서 걸어도 더없이 좋다. 죽암 마을 앞의 딴섬은 삼선암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바위섬인데 아마도 삼선암과 다른 섬이라서 딴섬이란 이름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오래전 울릉도 사람들은 향나무를 베어다 육지에 팔아 소득을 올리곤 했다. 향나무는 조각품 재료나 향을 사르는데 쓰였는데 울릉도 향나무는 육지 나무보다 서너 배는 향이 강해서 인기가 많았다. 그때 사람들은 저 까마득히 높고 가파른 삼선암 꼭대기까지도 밧줄을 타고 올라가 향나무를 베어냈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담력이요 삶의 무게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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