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5면에 총 25회 게재
울릉도는 바다 한가운데 고요히 솟은 섬이다.
배가 포항을 떠나 동해의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면 도시는 점점 희미해지고 바다의 숨결이 서서히 스며든다. 파도는 굽이치는 듯 부드럽고, 짙은 푸른빛은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을 잠식한다.
도동항에 닿는 순간 섬은 거대한 화산의 품으로 여행자를 끌어안는다. 절벽과 숲, 그리고 안개가 어우러진 풍경은 육지의 시간과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른다. 행남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바위 틈새로 솟는 억새와 해풍에 일렁이는 파도가 묘하게 닮았다.
섬의 중심부인 나리분지는 화산분화구가 만든 평원이다. 봄이면 진달래가 붉게 번지고, 여름에는 초록이 하늘을 밀어 올린다. 가을의 억새는 바람을 따라 은빛 물결을 만들고, 겨울의 고요는 섬의 시간을 멈추게 한다. 나리분지의 투박한 밥상 위에는 막걸리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오징어·더덕·산채로 차린 한 상은 ‘섬의 맛’ 그 자체다.
울릉도의 매력은 느림에 있다. 봉래폭포의 물안개에 젖고 관음도 앞에서 바다와 마주 앉아 있노라면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다. 스마트폰의 시계 대신 파도 소리가 하루의 리듬을 만든다.
해 질 무렵 도동항의 포구에 앉으면 섬이 붉게 물든다. 오징어 배 불빛이 반짝이며 바다 위에 별을 띄우고 어느새 하루가 저문다. 울릉도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푸르다.
최근 울릉도가 상처를 입었다. 바가지와 불친절의 표본처럼 매도당했다. 상당 부분은 사소한 오해이기도 하고 작은 부분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상처 위에 푸른 빛을 덧칠한다. 해담길을 따라 걸으며 절벽 끝에서 바람이 속삭인다.
10일부터 본지 15면에서 총 25회에 걸쳐 섬연구소 소장인 강제윤 시인의 ‘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를 연재한다. 강제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울릉도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