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월 폐지 지시 후 9개월 만에 마지막 생산··· 연 5,600만달러 절감
미국이 232년간 유지해온 1센트(페니) 동전의 제조를 공식 중단했다. 제조 비용이 액면가를 크게 웃도는 구조가 고착된 데다, 전자결제 확산으로 실수요도 급감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미국 조폐국은 12일(현지시간) “마지막 1센트 동전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1센트 제조·유통 비용은 최근 3.69센트로 액면의 약 4배, 10년 전과 비교해 2.6배 증가했다. 조폐국은 이번 생산 종료로 연간 약 5600만달러(약 8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 트럼프 “2센트 넘게 들면 낭비”··· 2월 폐지 지시가 이번 결정으로 이어져
1센트 폐지 움직임은 올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지시로 본격화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1센트 제조에 2센트 이상 드는 것은 국가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며 재무부에 제조 중단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니 하나씩이라도 낭비를 없애겠다”고 강조했고,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 효율화청(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도 제작 비용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조폐국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만 3억1720만 장의 1센트가 생산돼 전체 미국 동전 생산의 54%를 차지했다. 그러나 제조비 증가 탓에 연간 8500만달러(약 131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1센트 동전은 1793년 미국 최초의 공식 주화로 시작해 232년간 사용돼 왔다. 당시엔 비스킷·사탕 등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 구매력이 높았으나, 물가 상승과 결제 수단 변화로 효용이 급격히 떨어졌다.
△ 현금 사용 급감··· “1센트 폐지” 여론도 우세
1센트 종료의 배경에는 전자결제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피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일상 구매에서 현금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015년 24%에서 2022년 41%로 급증했다. YouGov 조사에서도 미국인 42%가 1센트 폐지를 지지해 반대(30%)를 앞섰다.
현재 미국 내 유통 중인 1센트 동전은 약 3000억 장으로 추산된다. 조폐국은 “동전은 제조 후 약 30년간 유통돼 단기간 내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소매업계 “잔돈 거래 혼란” 우려도
다만 일부 소매업체는 거스름돈 정산·가격표 조정 등 운영 부담 증가를 이유로 우려를 나타냈다. CBS는 “결제 과정에서 소비자 혼선을 걱정하는 소매업체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캐나다·스위스·호주·뉴질랜드 등은 이미 1센트 상당 주화 제조를 중단한 바 있으며, 일본도 캐시리스 확대 영향으로 1엔 동전 발행량이 1990년 27억 개에서 2024년 51만 개로 급감했다.
미국 재무부는 1센트 동전 제조는 중단되지만, 기존 동전의 사용은 계속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통 재고가 서서히 줄어드는 만큼, 미국 내 현금거래 관행이 중장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