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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명예훼손

등록일 2025-11-06 16:58 게재일 2025-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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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 변호사

버추얼 아이돌은 ‘가상 아이돌’ 혹은 ‘사이버 가수’이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캐릭터로 활동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아이돌로, 아바타로 활동하기 때문에 외모와 이름 등 모든 것이 가상이다. 

하지만 버추얼 아이돌도 목소리만큼은 실제 사람의 목소리다. 활동하는 캐릭터 뒤에서 실제 노래하는 본체 가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버추얼 아이돌은 이제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고 콘서트 티켓 수만 장이 오픈하자마자 매진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모든 공개적 활동이 가상 캐릭터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사생활 침해 피해나 멤버의 건강 이슈가 없어 활동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버츄얼 멤버에 대해 지어낸 사실을 퍼뜨리고 모욕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버추얼 아이돌을 향한 악플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될 수 있을까?

형사 범죄의 피해자는 자연인과 법인만이 가능하다. 누군가 고양이에 대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지나가는 사람이 내 반려견을 모욕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없는 행위이므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고소할 수 없다. 버츄얼 아이돌도 마찬가지이다. 플레이브의 멤버 누군가에 대해 키가 작다, 예전에 누구와 동거했다더라와 같은 내용의 댓글을 달고 욕설을 해도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할 수 없다. 버츄얼 아이돌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가상의 존재여서 법률적 권리의 주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사적 배상 책임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포된 사실의 내용이 가상 멤버 뒤에 있는 본체 가수, 혹은 소속사인 회사에 대한 연결로 인정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헌트릭스 멤버 루미의 목소리가 고음 처리한 기계음이라더라는 사실을 유포한다면 이야기를 한다면 이는 실제 그 목소리를 노래한 가수 이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될 수 있고, 루미 목소리를 그런 식으로 방출시킨 바 없는 제작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얼마 전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모욕행위를 본체 가수에 대한 것으로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씨는 SNS에 버추얼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외모를 비하하고, 이들을 연기하는 실제 인물들을 조롱하는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 

이에 본체 가수 B씨 등은 A씨를 상대로 피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이고, 신상이 비공개여서 가상 캐릭터와 원고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메타버스 시대에 아바타는 단순한 가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자기표현, 정체성, 사회적 소통 수단”이라며 “아바타에 대한 모욕 행위 역시 실제 사용자에 대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 하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버추얼 가수의 활동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악플 피해에 있어서는 권리 주체서에 관한 판단을 너무 엄격히 보지 말고 이번 법원의 판결처럼 피해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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