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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성공 개최 경주 ‘후끈’···신라 금관·황남빵·황리단길 ‘인기 폭발’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11-02 15:58 게재일 2025-11-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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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정상회의 폐막 다음날 경주 가보니…
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특별전’
시진핑 주석에 선물한 ‘황남빵’
긴 줄에도 관광객들 탄성 연발
보문단지•대릉원•황리단길 등
거리마다 차량•관람객들 행렬
회의장 철거 등 호텔 예약 증가
관광•산업 세계적 도시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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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개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이른 시간부터 길게 줄을 서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폐막한 다음 날인 2일 경주는 차와 사람으로 가득 찼다. APEC 행사로 인한 교통 통제가 풀리자 차량 행렬이 물결처럼 이어졌고, 형형색색의 관광버스 행렬은 아직 걷히지 않은 현수막이 덮인 거리를 점령했다. 

이날 오전 8시 국립경주박물관은 개장이 2시간 남았는데도 500여 명의 인파가 북적였다.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날이어서다. 전시는 교동 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금관총 금관, 서봉총 금관, 금령총 금관, 천마총 금관 등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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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전시실에 전시된 금관 뒤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오전 10시 입장이 시작되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리 진열장 속 금빛 금관이 조명을 받아 찬란히 빛났다. 미국인 관광객 제임스 밀러(56)는 “금관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와 꼬박 두 시간을 기다렸다”면서 “가까이서 마주한 순간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이 예상보다 일찍 몰리면서 개장 전부터 대기 줄이 이어졌다”며 “안전사고가 없도록 전시 동선을 조정하고 인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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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빵 본점 앞은 빵을 사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황남빵 본점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황남빵을 선물하며 화제를 모은 영향이 컸다. 가게 입구에는 ‘2025 APEC 정상회의 공식 협찬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전광판에는 ‘현재 대기시간 1시간 30분’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김도현씨(41)는 “여기가 시진핑 주석이 맛있다고 했던 그 빵집이라더라”며 “기념으로 한 번 사보려고 줄을 섰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해서 놀랐다”고 했다.

매장 안에서는 직원들이 팥앙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빵을 빚느라 분주했다. 황남빵 직원은 “시 주석께 선물했다는 뉴스가 나간 뒤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APEC 홍보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오늘 판매분은 오전 중에 다 팔릴 것 같다”고 웃었다. 

보문단지·대릉원·첨성대·황리단길 등 주요 관광지에는 가족과 연인 단위의 방문객이 발길을 이었다. 거리 곳곳 식당가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한복이나 신라인 복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은 단풍길을 거닐며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십원빵과 쫀드기, 옥수수 같은 길거리 간식을 손에 든 사람들은 웃음꽃을 터뜨리며 늦가을의 경주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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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했던 자리를 표시한 표식이 2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무대 위에 남아 있다.

세계 정상들이 드나들던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회의장은 철거 작업으로 분주했다. 곳곳에서 인부들이 구조물을 해체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이 현장을 찾아 APEC 준비 지원단 직원들을 격려했다. 두 사람은 3층 회의장과 라운지, 통역실, 기념 촬영 구역 등을 차례로 돌며 마지막 정리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장은 화이트와 베이지 톤으로 단정히 꾸며져 막바지 정리의 여운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고 있었다. 천장에는 전통 문양이 새겨진 조명이 은은히 빛을 흘렸고 중앙의 원형 테이블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장 모니터는 철거돼 케이블만 바닥에 흩어져 있었으며, 마지막 기념 촬영이 진행됐던 무대 위에는 각국 대표들이 서 있었던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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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은 정상회의 기간 삼엄했던 경비가 해제됐지만 보안을 위해 설치됐던 가림막과 펜스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묵었던 힐튼호텔과 코오롱호텔에도 호기심과 궁금증을 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힐튼호텔 관계자는 “APEC 덕분에 보문단지 관광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행사 이후 예약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HICO에서 만난 이철우 경북지사는 “APEC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경북과 경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며 “행사를 계기로 지역 관광과 산업이 함께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행사는 끝났지만, 경주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APEC을 계기로 얻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관광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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