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북 전체 ‘갑호 비상’ 발령 보문호 상공 드론 격추 장비 배치 12개 호텔 정상급 숙소 35개 마련 특공대·육군 장갑차·헬기로 경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의 방한을 앞둔 2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는 삼엄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날 0시를 기해 경북 도내 전체에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갑호 비상은 모든 경찰관의 휴가를 중지하고, 가용 인력을 100% 투입할 수 있는 최고 단계다.
대통령경호처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경호안전통제단이 지난 25일부터 27일 이틀간 경주와 부산 일대에서 FTX(Field Training Exercise)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FTX는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실전형 종합훈련으로, 대통령경호처를 비롯해 국가정보원, 외교부, 군, 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주요 기관이 총출동한다.
회의장이 위치한 보문호 주변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으며, 드론 위협에 대비해 격추 장비가 배치됐다.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 헬기, 육군 장갑차도 정상 숙소와 회의장 주변에 배치돼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주에는 APEC 기간 하루 최대 1만9000명 규모의 경찰병력이 동원돼 경주 전역을 봉쇄한다.
APEC 정상회의 21개 회원 대부분은 본회의 개막(31일)을 앞두고 29일부터 경주로 속속 집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찾는다.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미·중 정상을 잇달아 국빈으로 맞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공식방문으로 방한한다. 외국 정상의 방한 중 국빈 다음으로 격이 높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취임하자마자 한국을 찾는다.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이 행사에 함께한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중남미 정상 중 유일하게 이번 APEC에 참석한다. 한국 입장에서 칠레는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남미 국가다. 칠레는 남미에서 최초로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한 나라이기도 하다.
경주지역 12개 주요 호텔에는 최고급 객실인 PRS(정상급 숙소) 35개가 마련됐다. 21개 회원 정상의 숙소는 대체로 보문단지 내에 배치됐다. 미국은 힐튼호텔, 중국은 코오롱호텔, 일본은 라한셀렉트로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각국 정상이 모이는 만큼 세심한 의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정상회의장인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보문관광단지 일대에는 보안 검문대가 설치됐다.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경찰 특공대와 폭발물 탐지견 ‘탐’, ‘찰리’가 행사장 내외를 순찰하며 폭발물 및 위험물 탐색을 진행했다.
경찰 기동대, 특공대, 헬기, 육군 장갑차까지 투입돼 행사장 외곽을 둘러싸고 있다. 경주역과 황리단길 등 주요 관광지와 집회 예정지에는 특별 치안 강화 구역이 설정돼 범죄 예방과 질서 유지 활동이 강화됐다. 소방당국도 24시간 비상 근무에 돌입해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