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필수 전략”이라고 했다. 지방선거용 발언이 아니라면,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자산이 몰리면서 주변지역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에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가 41만8000명에 이른다. 비수도권 미래의 바로미터인 청년 유출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한 해만 6만1000명의 청년이 취업과 진학을 위해 부모 품을 떠나 수도권으로 갔다. 청년이 떠나가니까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일차적으로 초등학교가 붕괴되고, 이로 인해 교육문제로 아이를 키우기가 불가능한 지자체가 매년 늘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 118곳에 이른다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도 돈과 사람이 모두 수도권에 몰리면서 서울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이 소득 대비 가장 높은 편이다. 이 문제가 계속 시정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언젠가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정책에 대해 정치권 반발이 크지만, 비수도권 지역민들로선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곧 “똑같은 내용의 정책을 만들어도 지방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비수도권 인센티브 정책은 ‘차등 전기요금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처음 주장한 이 제도는 ‘발전소와 송전탑이 몰려 있는 지역은 전기요금을 낮추고, 소비만 하는 수도권 지역은 요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하자’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그동안 지역균형 발전의 핵심 정책으로 평가받았지만, 이 역시 여야 정치권이 수도권 표심을 의식하면서 제도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모든 정부마다 어김없이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쳤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2차 공공기관이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때도 취임 직후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비수도권 지역민에게 그냥 ‘희망고문’을 한 것이다. TK 신공항 같은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이나 기업 배치 등에 있어서도 지역균형이 고려돼야 했지만, 그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사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지방 SOC 사업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한 말은 반드시 실현되길 기대한다.
비수도권 균형발전은 수도권 정치인들의 반발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여야 가능하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에 대해 야권에서 “국민이 살고 싶은 곳에 집 한 채 마련하려는 것을 걷어차 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도 비수도권에서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로 해석된다. 조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여야 국회의원 대부분이 수도권에 수십억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서울 집값이 떨어지는 어떤 정책도 원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는 막연하게 ‘지방 인센티브’ 원칙을 선언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같은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