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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사람을 잇는 ‘스마트 오퍼레이터’로 성장하고파”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0-26 15:56 게재일 2025-10-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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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젊은 철강인의 열정이 내일을 만든다
‘STEEL THE NEXT’ : ⑩냉연부 2냉연공장 박성식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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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냉연공장 현장의 박성식 사원.

냉연 소둔 공정, 철 속의 피로를 풀어주는 과정···‘완성된 철’이 되기전 마지막 단계
고온과 고압이 공존하는, 품질과 안전 동시에 요구되는 현장··· 높은 긴장감의 연속

- 자기소개를 해달라.

나는 포항제철소 냉연부 연속 소둔 공정에서 오퍼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는 6년 차 박성식 사원이다. 사람이 계속 움직이다 보면 피로가 쌓이듯, 철도 마찬가지다. 나의 담당인 냉연 소둔 공정은 쉽게 말하면 단단한 철 속에 남은 피로를 풀어주는 과정이다. 철이 여러 차례 가공을 거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 즉 내부 응력이 생기는데, 이 상태로 두면 철은 쉽게 깨지고,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요리사가 재료 온도를 조심스레 조절하듯, 철을 일정한 고온으로 천천히 달궜다가 식히며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을 통해 철은 다시 유연함을 되찾고, 세상 곳곳에서 새로운 형태로 태어날 준비를 마친다. 나는 냉연 연속 소둔 공정의 오퍼레이터로, ‘완성된 철’이 되기까지의 마지막 단계를 맡고 있다.

특히 내가 살피는 것은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철의 성질을 결정짓는 온도와 압력의 균형이다. 소재마다 두께, 폭,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조건들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철이 너무 뜨겁거나 식으면 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와 센서값을 바탕으로 설비를 운용하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작은 오차도 품질에 직결되기 때문에, 철의 숨결을 읽고 → 변화를 감지하고 → 사람의 감각으로 완성하는 일을 하는 ‘철의 컨디션을 조율하는 조율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 업무 현장과 팀을 소개한다면?

내가 근무하는 연속 소둔 공정은 고온과 고압이 공존하는, 품질과 안전이 동시에 요구되는 현장이다. 매 순간 정밀한 제어와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며, 높은 긴장감 속에서 일한다. 그 속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람’이다. 현장은 언제나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엄격함은 통제가 아니라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동료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라는 책임감이 우리 팀의 기본이다. 소둔 공정에서 가장 긴박한 순간은 ‘판 파단’이다. 철판이 찢어져 공정이 중단되는 상황인데, 그때마다 팀원들은 자신보다 서로를 먼저 챙긴다.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파트장님께서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과장님들이 앞장서 가스 절단기로 불량 부위를 제거한다. 판단이 빠른 대리님들은 스위치를 잡고, 나머지 팀원들은 제거한 부위를 함께 옮긴다. 위험한 순간일수록 선배들이 먼저 앞에 선다. 후배들은 그런 선배들의 뒷모습을 보며 배우고, 대응 절차와 안전 절차를 몸으로 익힌다. 이것은 누가 정해준 규칙이 아니라,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약속이다.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방식이 곧 우리 팀의 문화이며, 나는 그것이 우리 팀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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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식 사원이 2냉연공장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우리 가족은 포스코와 오랜 인연이 있다. 할아버지는 당시 포항제철의 스크랩을 받아 판매하셨고, 어머니는 제철소 인근 산업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근무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포스코는 나에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루고 싶은 큰 목표였다. 학창 시절, 친구들의 부모님이 포스코에 다닌다고 하면 가정이 안정적이고 든든해 보이고는 했다. 포스코 산업 단지로 가득한 도시 포항에서, 그들은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라 도시 경제와 산업을 움직이는 중심핵으로 여겨졌고, 나 또한 언젠가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오게 되었다. 이처럼 입사를 결심한 이유는 단순한 동경을 넘어선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 산업을 선도하며 혁신적인 제철 공법과 저탄소 기술을 통해 ‘철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나의 가족의 발자취를 잇는 동시에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내 두 번째 이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입사 후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이라면?

포스코는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그만큼의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가 뒷받침되어 있다. 내 회사 생활은 순항보다는 파도 타는 법을 먼저 배운 시간이었다. 입사 후 첫 회식 날, 초년생이었던 나는 낯선 사회생활이 두려워 회식 도중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하지만 따뜻한 위로와 배움을 주는 좋은 선배들을 만나, 조금씩 일어서며 나의 첫 일터에 차츰 익숙해졌다. 특히, 되돌아보면 신입사원 OJT 발표대회에서 운 좋게도 전사 1등을 해 제철소장 표창을 받았을 때가 처음으로 큰 성취감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반면 업무에 열중했던 나머지 허리 건강이 나빠져 크게 고생한 적도 있다. 그런 굴곡 있는 회사 생활 기간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QSS 개선리더’ 활동이었다. 당시 공장별로 QSS 개선리더가 1명씩 선발되어 각각 팀을 꾸렸고, 공장별 지정된 섹터의 설비 개선과 안전 향상을 목표로 활동했다. 나 또한 4개월간 개선리더로서 팀원들과 함께, 공장 내 코일 이송 설비의 성능 복원과 개선을 목표로 활동했다.

일부 부식된 설비가 있었기에 초기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원들, 그리고 유관 부서와 협동심을 발휘한 덕에 냉연부 대표로 전사 성과공유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제철소장님과 임원분들 앞에서 성과를 발표했을 때의 그 긴장감과 성취감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 노력의 결실로 우리 팀은 당시 50기 QSS개선리더를 대표해 생산기술본부장 표창을 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팀워크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서로의 신뢰와 연대가 있을 때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다양한 상황들 앞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이는 나를 진정한 포스코인으로 성장하게 한 중요한 과정이었다.

-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지.

 ‘영보드(Young Board)’ 위원으로 선발되어 1년간 활동했던 적이 있다. 영보드는 포스코의 젊은 구성원들이 회사의 방향과 내부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제안하고 소통의 자리를 갖게 해주는 제도이다. 특히, 자주 만나기 어려운 광양제철소와 서울 본사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며 색다른 소통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다. 경영 업무, 수출 업무, 연구 부문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야가 넓어졌고, 회사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도 생겼다. 특히, 영보드 활동 중 포항 영일대 청송대에서 사장님과 직접 만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던 시간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때, 거대한 조직에서도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배우기도 하였다. 이처럼 영보드 활동을 통해 현장의 제안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한 사람의 생각도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활동은 단순한 제언 프로젝트가 아니라, 소통과 공감, 그리고 실행의 힘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영보드로서 현장과 경영진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더 나은 회사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 자신이 생각하는 회사의 자랑거리는 무엇인지.

나는 회사 복지 중에서도 시즌별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가장 좋아한다. 여름이면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월포 수련원을 찾곤 한다. 깨끗한 시설과 세심한 서비스 덕분에 갈 때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포스코 수련원에 다녀오는 가족들을 부러워하셨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내가 직접 어머니를 모시고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하다. 가끔은 친구들이 “같이 갈 건데 예약 좀 해달라”며 부탁하기도 한다.

- 국내 철강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서, 앞으로 어떤 변화나 발전을 기대하는지.

내수 둔화, 수출 관세 압력, 전력 비용 상승 등 복합적인 위기가 현장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실제로 일부 생산 계획 축소로 실적이 줄고, 현장 흐름이 일시적으로 끊기기도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거창한 무엇이 아닌 각자의 위치에서 공정과 업무의 효율성을 한층 높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부서 내 주임님들을 보며 그 태도를 배우고 있다. 주임님들은 ‘현장에서 산다’라고 말씀하시며, 누구보다 현장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이해하신다. 또 늘 작은 불편함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개선할 점과 효율화 방안을 직접 제안하신다. 이처럼 현장을 이해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함께 개선하는 힘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며, 내가 그리고 싶은 포스코인의 비전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현장의 작은 변화가 결국 회사의 큰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기에 앞으로도 단순히 설비를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을 데이터로 읽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정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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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식 사원이 2냉연공장 운전실에서 공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앞으로의 포부나 이루고 싶은 목표는?

세상 물정 모르던 스물넷에 포스코에 입사하면서, 내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됐다. 그저 사회활동을 시작한다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은 나를 사회인으로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 만들어 주었다.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싶던 내가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내년 4월이면 아빠가 된다. 요즘 들어 책임감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며, 가정을 꾸리고 이끌어가는 선배들이 새삼 다르게 보인다. 가정에서는 아버지의, 현장에서는 실무자의 책임 의식을 갖고 굳건함을 유지하는 선배님들을 보며 내 미래를 그려보고는 한다.
나는 변화하는 현장 속에서도 안전을 가장 앞에 두는 오퍼레이터로 성장하고 싶다.
나부터 안전해야, 동료도, 가정도, 회사도 지킬 수 있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현장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 생각한다. 기술은 안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지켜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더욱이 기술과 사람을 잇는 ‘스마트 오퍼레이터’로 성장하고 싶다. 회사 내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기술이 사람의 안전을 보조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현장을 스마트하면서도 인간적으로 만들어가는 오퍼레이터가 내가 그리고 싶은 ‘나’이다. 끝으로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한번 되짚을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일해야 할지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 된 것 같다. 좋은 기회 주어 감사하다. 포스코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맡은 바 자리에서 꾸준히 성장해 나가겠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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