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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들인 경주 첨성대 미디어아트, 첫날부터 ‘먹통’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5-10-21 16:21 게재일 2025-10-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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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행정의 민낯 드러나
국가유산청과 경주시가 10억 원을 들여 ‘첨성대 미디어아트’ 개막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로 멈춘 모습./독자 제공

국가유산청과 경주시가 10억 원을 들여 ‘첨성대 미디어아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추진한 야간 조명 프로젝트가 개막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로 멈춰 서 “세금 낭비 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스템 오류로 멈춰서기 전 첨성대 점등 모습./독자 제공

지난 20일 오후 경주 첨성대에서 진행된 점등식 상영 직후 미디어아트 영상이 중단됐다. 첨성대 외벽에는 화려한 영상 대신 ‘디스플레이 모드’, ‘종료 중’ 등 컴퓨터 오류 문구가 반복됐다. 

수개월간의 준비와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던 행사는 불과 10분 만에 ‘먹통’으로 끝났다. 시민들은 “리허설까지 했다면서 전력 관리 하나 못 한 게 말이 되느냐”며 비판했다. 관광객들도 “세계문화유산에 이런 허술한 쇼를 하느냐”며 황당해했다. 

경주시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빛의 도시, 첨성대의 부활”을 내세운 홍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 행사는 영상 제작비만 4억 원이고, 전체 사업비 약 10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러나 정작 첫날부터 작동 불능이라면 단순한 기술 오류가 아니라 총체적 관리 부실과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다. 

리허설에서 조차 전력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주시의 준비 과정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전력 합선으로 장비가 손상됐다”며 “22일부터는 정상 상영하겠다”라고 해명했지만, 사후 수습용 변명에 불과하다. 

시민 혈세로 치른 ‘10억짜리 쇼’가 초반부터 실패로 돌아간 이상, 단순 복구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니라 ‘성과 중심 행정’이 낳은 부실 행사의 전형적 사례다. APEC 앞두고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에 급급한 탓에 정작 기본인 안전·검증·완성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행정의 신뢰는 화려한 조명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사업이라면, 그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과 검증이 따르는 것이 공공의 기본이다. 

시민들은 “경주시와 국가유산청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계 고장’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사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책임자 문책이 따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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