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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장마에 벼 수확 차질···농민 깊은 한숨

등록일 2025-10-19 15:45 게재일 2025-10-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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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 질어 콤바인 진입이 어렵고
수발아 현상까지 농민들 발 동동
품질 저하···수확량 감소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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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베기를 끝내야 할 논에 아직도 벼가 그대로 있다.

올해 대구·경북지역은 7~8월 태풍 없이 가뭄이 지속되며 골짜기 논마다 논물이 말라 붙었다. 농민들은 더위 속에서 저수지와 수로의 물을 2단, 3단 끌어올려 사용하는 등 고된 농사를 이어갔다. 

다행히 병해충 발생이 적었고, 8월 중순까지 벼가 순조롭게 출수하여 고개를 숙일 때는 올해 풍년을 기대하기도 했다. 

상주 지역의 경우, 예년 같으면 9월 하순부터 콤바인으로 벼 수확을 시작하여 10월 20일경이면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된다. 자가 식량을 위하여 논에서 벼알을 말려 수확하는 등 일부 논만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9월 하순부터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비가 내렸고 10월 중순까지 비가 이어져 벼 베기를 못한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비가 안 온다해도 무논은 논이 질어 콤바인 진입이 어려운데 대부분 논이 물이 빠지지 않아 콤바인 작업이 어렵다. 특히 콤바인이 없는 위탁농가들은 벼 수확을 위한 일정잡기가 어려워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조생종 품종은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이 나타나고 쓰러진 논의 벼 이삭에서 싹이 나는 등 품질 저하나 수확량 감소도 우려된다. “농사는 하늘이 짓지, 사람이 짓는 게 아니다”라는 옛 어르신의 말이 생각난다.

지난 주말인 19일까지 비가 이어져 벼의 수발아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고 쓰러진 논의 벼에서 싹이 트고 있어도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발만 동동 구르는 농민들의 한숨만 커진다.

비가 그친 뒤에는 조속히 논둑의 물고를 깊게 잘라 배수 작업을 실시하고, 가능한 빠르게 수확을 진행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상주시 외서면에서 평생 벼를 재배하고 있는 토박이 길윤균(82)씨는 “작년에는 10월 16일에 동네에서 제일 늦게 벼를 베었는데, 올해는 15일인데도 아직 벼베기를 시작한 농가가 없다”며 “이번 주에도 비가 예보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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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가을비로 논 벼에 물이 찬 모습.

가을 장마로 인한 수확 지연과 품질 저하로, 상주를 비롯한 경북 내륙지역 벼 재배 농가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1990년대 콤바인이 보급되기 전 상주 지역에서는 낫으로 벼를 베면서 큰 단으로 묶어 두 단의 이삭 부분은 붙이고 밑부분은 벌여 논바닥에 세워서 벼 이삭이 다 마르면 탈곡기로 탈곡을 하였다. 올해 같으면 세워둔 볏단에서 싹이 다 났을 것이다. 달성, 고령, 청도 등 남부지역에서는 벼를 베면서 논에 깔아 말려서 작은 단으로 묶어 탈곡하였다.

콤바인이 보급되면서 농협이나 개인이 미곡종합처리장을 설치, 물벼를 받아 건조를 하고 있으니 비가 오지 않으면 콤바인이 빠지지 않는 논부터 들어가서 빨리 벼를 베야 한다. 동시에 탈곡 작업을 실시해 최소한의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시름을 달래줄 화창한 날씨만 기다리는 요즘이다. 

/유병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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