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흥해읍 주민설명회 개최 포항 시추공 내부 온도 65.8도까지 치솟아 기존 지진계 손상 주민들 “단순 감시 기능으로는 불안, 시민 안전 보장할 수 있어야” ‘조기 감지→대응 시간 확보’ 심부지진계 역할 강조 포항시민 안심하도록 공개형 모니터링 체계 구축 예정
2017년 11월 15일 지진을 촉발한 포항 지열발전부지 지하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2022년 5월 국내 최초로 시추공 내부에 설치한 3개의 ‘심부지진계’의 고장 원인은 ‘고열’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15일 흥해읍행정복지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지역발전부지 안전관리사업 주관기관인 (주)희송지오텍의 김기석 대표이사는 “시추공 내부 온도가 최고 65.8도까지 상승하면서 전자 장비의 손상이 불가피했고, 전문가 자문 결과 수리 후 재설치는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제작한 심부지진계는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역발전 부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열발전부지 안전관리사업’에 따라 2022년 5월 지하 500m, 780m, 1400m에 총 3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듬해 7월 심부지진계 전체가 고장 나면서 2개월 뒤 모두 인양됐고, 지난해 3월에는 고장 난 심부지진계 수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지역발전부지 안전관리사업단은 11월 2일부터 8일까지 미국 심부지진계 제작사 소속 전문가가 직접 참여해 재설치를 진행한다. 3개 세트의 지진계 중 2개 세트를 550m와 1100m 심도에 설치하고, 1개 세트는 예비용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우려와 불만을 털어놨다.
금근철 금장1리 이장은 “지진계를 설치한다고 해서 지진을 막는 것도 아니고, 사전 감지 기능이 없다면 세금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조기 감지를 통해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지진계의 역할”이라며 “포항 지진계는 다른 지역 보다 먼저 P파(초기 진동파)를 감지해 조기경보 문자가 더 빨리 전송된다”고 답했다.
임종백 포항지진피해대책위원장은 “지진계 설치가 단순 감시 장치라면 시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며 “포항지진의 촉발 원인은 이미 정부 조사로 확인된 사안인데, 이번 사업도 그 연장선상에서 시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시뮬레이션 없는 지진계 재설치는 무책임하다. 고장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비대위원장은는 “이번에는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모든 데이터를 포항시민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기석 대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경주에서도 동일 모델을 운용 중이며, 기본 검증은 끝난 상태”라면서 “포항의 고온 환경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수한 조건인데, 국제 자문을 통해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술로는 60도 이상 심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지진계는 없다”며 “기술적 한계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사업 종료 후 모든 장비와 데이터를 포항시에 이관하고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개형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