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증가 등 물리적 법칙 통해 철학적 차원 ‘시간의 화살’ 개념 설명 상대성 이론·양자역학의 시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 등 집중 탐구하며 인류 미래 예측 메커니즘 집중 조명
세계적인 화제작 ‘빅 히스토리(Big History)’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신작 ‘빅 퓨처’(북라이프)에서 인류의 미래 예측 메커니즘을 집중 조명한다.
호주 매쿼리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빅 히스토리’에서 우주론, 생물학, 역사학 등을 통합해 빅뱅부터 현재까지의 138억 년의 시간을 분석했었다. 그는 새 책에서 접근법을 확장해 이번에는 생명의 진화 전략에서 AI 예측까지 다양한 미래 사고법을 제시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21세기 새로운 세계사로 불리는 지구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가 창시한 빅 히스토리는 우주론, 지구물리학, 생물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합해 빅뱅(약 138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워크다. 이번 신작에서는 이를 확장해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크리스천은 ‘빅 퓨처’에서 시간의 본질을 과학적·철학적 차원에서 재정의한다. 엔트로피(무질서도) 증가와 같은 물리적 법칙을 통해 ‘시간의 화살’ 개념을 설명하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시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는 환경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신호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식물은 확률적 전략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다. 이러한 자연계의 메커니즘은 인류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생명체의 진화적 적응 방식을 분석한다. 대장균은 유당 부족 시 효소 생산을 중단하고, 파리지옥은 단기 기억으로 먹이 포획 여부를 판단하며, 애기장대는 장기 기억으로 계절 변화를 인지해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 크리스천은 이와 같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인간의 예측 도구(점술, 통계, 과학적 모델링)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크리스천은 30~40억 년 후 태양의 밝기 증가로 지구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천문학적 예측을 제시하며, 일론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계획을 성간 이동의 초기 단계로 해석한다. NASA와 스페이스X의 탐사 기술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은 시간과 미래에 대해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 기타’부터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와 신학자,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이 고심해낸 가설과 이론을 소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법, 이른바 ‘미래 사고(future thinking)’에 적용되는 근본 원리의 도출을 시도한다.
제1부 ‘미래를 생각하는 법’에서는 시간의 본질부터 파고든다. 제1장 ‘미래란 무엇인가?’는 결정론과 인과관계를 넘어 시간의 화살(엔트로피 증가 등)을 과학적·철학적 관점에서 재정의한다. 이어 제2장 ‘미래를 예측하다’에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차용해 가상의 미래 지형도를 그리며, 예측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한다.
제2부 ‘미래를 관리하는 법’은 생명체의 진화적 전략을 분석한다. 미생물부터 다세포 생물까지, 생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해온 메커니즘(예: 대장균의 신호전달 체계, 식물의 확률 기반 생존 전략)을 통해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을 조명한다. 이는 인간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생물학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3부 ‘미래를 대비하는 법’에서는 인류의 지적 도구가 미래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추적한다. 언어를 통한 집단 학습, 기술의 발전, 통계적 사고의 등장 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미래 예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본다. 특히 점술에서 과학적 모델링으로 전환된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미래학’이 가진 실용적 가치를 강조한다.
제4부 ‘미래를 상상하는 법’은 가장 도전적인 섹션이다. 기후 위기, 인공지능, 우주 확장 등을 종합해 2040~2100년의 시나리오, 1000년 뒤 인류의 진화, 우주 종말론까지 세 가지 시간 축에서 미래를 상상한다.
“향후 수 세기 동안 태양계의 여러 위성과 행성, 소행성은 물론, 소행성이나 작은 행성만 한 특수 목적 우주선에도 식민지가 세워질 것이다. 아직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를 위한 제조업도 그 근거지를 대거 우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351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