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육계농가들, 계분 처리 ‘골머리’ 법적규제·민원에 밀려 반출 막혀 대책없이 ‘장기간 야적’ 환경 위협 “비료공장 반입 등 규정 완화돼야”
“수십억을 투자해 축사를 짓고 육계를 사육하고 있지만 계분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막막해 제때 입추도 못해요. 이대로 가다가는 농장이 부도나는건 아닐까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상주에서 10여 년간 육계를 사육해 온 한 농가의 하소연이다. 상주지역에는 현재 72농가가 500여만마리의 육계를 사육해 규모 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낸다. 대다수가 육계업체로부터 병아리를 인수해 일정기간 사육 후 납품하는 ‘계열사육’ 형태로 운영한다.
문제는 한 번에 수만 내지 수십만 마리를 들여와 연간 6~7회 출하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계분(분변)을 처리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계분은 하루 평균 70t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대부분 농가가 퇴비사를 갖추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완숙 퇴비를 만들어 반출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축사 바닥 깔개로 상당수 농장이 톱밥이 아닌 왕겨를 사용하고 있어 자체 ‘부숙’(썩어서 익음)은 물론 비료공장 반입도 어렵다.
왕겨는 퇴비화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다, 계분의 경우 악취가 심하고 부숙 과정에서 계란이 익을 정도의 고열이 발생해 발화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톱밥을 사용하면 다소 반출이 쉽지만, 톱밥 구입 가격이 워낙 비싸 15만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를 기준으로 1년에 톱밥값만 7000만원 정도가 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계분 처리의 유일한 대안은 비료공장 반입이지만, ‘유박’을 생산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비료공장이 민원과 행정처벌 등을 두려워해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유박을 생산하는 지역내 유일한 공장도 악취민원과 환경규제로 한동안 계분 반입을 받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육계농가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계분을 장기간 야적하거나, 축사 바닥에 계분이 누적된 상태에서 가축을 사육해 환경·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
육계농가의 계분 처리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2차적인 파장도 예견된다. 왕겨 대량 소비처인 육계농가가 폐업을 하면 대규모 미곡처리장(RPC)이 쏟아내는 막대한 양의 왕겨를 처리할 수 없어 연쇄적으로 추곡수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현모 상주시육계협회장은 “육계농가 계분 처리 어려움을 해소해 줄 비료공장에 대책 없는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반입 품목을 식물성 오니에서 동물성 오니로 확대하는 등 탄력적인 제도운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