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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생명을 살리는 슈바이처 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 원장… 섬 주민 곁을 지키는 ‘희생의 의술’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09-30 13:02 게재일 2025-10-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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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이 후송되는 응급환자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남진복 경북도의원 SNS 캡쳐

울릉도는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섬이다. 상주 인구 1만여 명, 연간 40만 명을 넘는 관광객, 그리고 독도와 동해에서 조업하는 수많은 어선들. 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탱하는 유일한 기관이 있다. 바로 울릉군보건의료원이다.

그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무겁게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주민들은 그를 ‘울릉도의 슈바이처’라 부른다. 김영헌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울릉도에 거주하는 박모 씨(66)가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으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울릉도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영남대학교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는데, 6시간 이상 걸리는 크루즈 후송에도 김 원장이 직접 동행했다. 차갑고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그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이라면 내가 나서야 한다.” 이 말에는 울릉도 의료 최일선에서 살아가는 그의 소신과 사명이 담겨 있었다.

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이 후송 환자와 함께 앰뷸런스편으로 대구병원까지 동행했다. /남진복 경북도의원 SNS캡쳐

공중보건의에게 맡겨도 될 일이지만,  “환자가 필요하다면 직접 나선다”는 소신을 보여줬다. 암 투병 중이던 김모 씨(70·울릉읍)가 갑자기 열과 체력 저하 증세를 보였을 때도 응급실 당직의사의 빠른 판단과 CT 촬영으로 폐렴을 조기에 진단해 완쾌로 이끌었다.

 또 다른 주민 정모 씨(여·울릉읍)는 급성 담낭염 진단을 받고 울릉크루즈 응급실을 거쳐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즉시 수술을 받았다. “진단에서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져 큰 감동을 받았다. 울릉도의 의료서비스가 다른 도시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환자의 메시지는 울릉의료원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환자 가족들은 기자에게 “울릉에서 이렇게 원스톱으로 진단과 후송, 수술 연결까지 되는 걸 보고 감동했다. 울릉의료원 직원들이 환자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걸 느꼈다. 울릉도는 살기 좋은 곳”이라고 전했다.

김영헌 원장이 직접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울릉군보건의료원 제공

응급실 수준이 육지병원 못지 않게 상당히 향상됐다. 김 원장의 노력 덕분이다. 뿐만아니라 현재, 경북도 내 경북대학병원 등 5개 대형병원에서 응급실 파견 진료가 활발히 이뤄져 응급환자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해졌다. 특히 야간 및 주말에도 진료 공백 없이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게 됐다.

김 원장은 의료개선, 진료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 가정을 직접 찾아가 청진기를 댄다. 필요한 약과 장비를 직접 들고 좁은 골목길을 오른다. 환자들은 “마치 가족처럼 다가오는 의사”라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의 손길은 병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섬 주민들에게 안도와 위안을 준다. 울릉도의료원은 한때 원장조차 구하지 못해 수차례 공고를 냈을 정도로 열악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1995년 공중보건의로 첫발을 디딘 후, 총 11년 넘게 이 섬을 지켜왔다.

울릉군보건의료원 응급실 육지병원과 같은 수준의 진료를 하고 있다. /울릉군보건의료원 제공

동산병원, 동아메디병원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고도, 다시 돌아온 곳은 고향이 아닌 울릉도였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그리고 2021년부터 현재까지 그는 또다시 의료원장으로 섬을 지키고 있다.

 울릉도의 가장 큰 과제는 전문의 부족이었다. 김 원장은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동료 의사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금동인 전 천안의료원장(신경외과), 안재진 전문의(가정의학과), 권제이슨 전 순천향대 교수(안과) 등이 합류했다.

 특히 10여 년간 끊겼던 안과 진료가 다시 열리자 주민들은 환영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노력은 단순히 인력 충원에 그치지 않았다. 수술 장비, CT·MRI 등 진단 장비를 보강하고, 울릉 안에서도 수술·입원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냈다.

 남진복 경북도의원은 “슈바이처와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참 의사를 목격했다”며 “울릉도에서 가장 귀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섬 주민 모두가 내 가족이다. 가족을 돌본다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한다. 끝까지 책임지는 의료 서비스를 펼치겠다.” 그의 말 속에는 울릉도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주민들은 그를 ‘울릉도 수호천사’라 부른다. 병원 경영이 아닌 환자 돌봄을 최우선에 두는 그의 태도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섬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울릉도에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말한다.

 울릉도는 대한민국 최동단의 섬이지만, 김영헌 원장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곳은 결코 외딴 섬이 아니다. 그의 땀과 발걸음이 이어지는 한, 울릉도의 생명선은 오늘도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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