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다음 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기간 중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 장소로 국립경주박물관 행사장을 활용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 지사는 26일 경주를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으며,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에게도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이같은 내용을 건의하면서 “천년 신라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되며 만찬장 장소 변경으로 아쉬움을 느끼는 경주시민의 기대에 보답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EC 정상 만찬장으로 신축되던 경주박물관 내 행사장은 행사 한 달을 앞두고 수용인원 문제를 이유로 경주 라한호텔로 갑자기 장소가 변경됐다. 예산 80억원을 들여 만찬장으로 신축하던 건물은 APEC 참가 기업인의 네트워크 공간으로 활용된 뒤 철거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 예산 낭비 논란에 빠져 있다.
그러나 경주박물관 내 신축건물은 당초 정상 만찬장으로 건립했기에 경호, 접견, 의전 등 국제행사 개최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장소로서는 아주 적격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을 근대역사 속의 주요 기억장소 남길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한국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릴 기회를 정부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경주박물관은 8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3000점을 전시 중이다. APEC을 앞두고 사상 최초로 신라 금관이 한자리에 전시될 예정이다. 자랑스런 우리 민족의 문화를 국제적으로 선양할 세기의 기회인 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은 외교가에서는 기정화된 사실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국제 통상질서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가운데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빅 이벤트다.
우리가 장소를 어디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한국은 자연스럽게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일거삼득의 APEC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