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가 연일 난장판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6선)이 위원장을 맡은 후 국민의힘 간사(나경원 의원·5선) 선임에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 이른바 ‘추·나 대전’이 트리거가 됐다. 그동안 상임위 간사 선임은 통상 각 당의 추천을 존중해 별다른 이의 없이 호선으로 처리해왔다. 그러나 추 위원장은 이번에 간사선임 안건을 상임위 전체표결에 부쳐 무산시켜 버렸다. 국회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법사위는 지난 22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실시 계획서’와 관련 증인·참고인 출석 안건을 기습상정해 의결했다. 이날은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 자리였는데, 추 위원장이 예고도 없이 조 대법원장 청문회 계획서를 안건으로 올린 것이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퇴장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도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
추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는 ‘정치 공작 가짜뉴스 공장 민주당’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또 고성과 막말이 오갔고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선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나도는 추 위원장이 강성 당원들의 여론을 의식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모양이다.
문제는 ‘법안통과의 최종관문’인 법사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까지 늦어지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여야가 공통발의한 ‘K스틸법’이다. 이 법안은 여야가 살얼음판 특검정국 속에서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우리 눈앞에 닥친 민생경제와 외교안보 위기를 고려하면 지금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야당의 목소리를 아예 뭉개 버리면, 민심을 대변하는 입법부 기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지적했듯이, 이참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집권당이 독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별로 여야가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해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