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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구기관, 왜 수도권에만 몰리는가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09-14 19:45 게재일 2025-09-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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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희 대구본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연구기관의 수도권 집중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입지 선정은 ‘공정한 공모’와 ‘지역 간 분산’ 원칙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의 6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국립보건연구원·질병관리청 등 보건의료 R&D 핵심 기관도 충북 오송에 위치해 있다. 의학계 역시 국립중앙의료원(서울), 국립암센터(고양) 등 중앙집중형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이 지역 균형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원권과 충청권까지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방은 경상권, 전라권밖에 없다. 

대구는 국내 유일의 치과 전주기 R&D 생태계를 갖춘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대 치과대학, 대구첨복단지, 케이메디허브 등이 연계돼 있으며, 치과 의료기기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특히 임플란트·핸드피스 등 수출 중심의 산업체가 집적돼 있어 연구개발(R&D)과 산업계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대구에 설립된다면 수도권 R&D 편중 해소와 더불어 비수도권 내에서도 집중도 높은 자립형 과학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 동시에 향후 국립연구기관 설립 시 공모 기반 입지 선정의 제도화, 지역 간 분산 배치 원칙의 정착이라는 선례도 만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18일 대통령 후보 시절에 대구를 찾아 “서울·수도권과의 이격 거리에 따라 가중치를 둬 지역 예산을 분배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서 발생한다”며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는 1990년대 이후 구조적 산업 침체와 청년 인구 이탈을 겪으며 지역 내총생산(GRDP) 최하위권을 기록해왔다. 국립연구기관 유치는 단지 연구와 산업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장기적인 경제 구조 재편과 인재 정착을 위한 실질적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도권 편중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또 하나의 ‘서울 중심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번 입지 선정은 지역 균형발전의 내용과 실질을 시험하는 기회다. 연구는 수도권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성에서 벗어날 때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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