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대표 제안에 이 대통령·정 대표 화답·수용… ‘테마형 협의체’ 한뜻 여야 ‘내란 종식’-‘특검 거부’ 이견 팽팽히 맞서 ‘협치’ 가시밭길 예고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처음으로 자리를 같이한 8일 오찬 회동에서는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며 협치 복원의 가능성을 열었다. 다만 오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장 대표는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정 대표는 ‘내란 종식’을 각각 강하게 주장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장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별검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 특검이 더 많이 보였고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만 보였다”고 지적하면서 “거부권은 야당의 입법만을 막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에 대해선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통령이 정치를 복원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 준다면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대통령과 함께 모여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정부와 여당과 야당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주고 계속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장 대표는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한미 관세 협상, 노란봉투법 등 현안에 대한 우려도 전하며 “기업이 힘들어지면 ‘코스피 5000시대’도 허망한 구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이번 부동산 정책이 수요자와 수요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정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내란에 가담한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의 역사에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며 “대한민국도 적어도 내란과 외환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국정은 개혁과 민생 두 수레바퀴로 조화롭게 굴러가야 한다”며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안보·국방에는 특히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국운이 상승하고, 경제 발전으로 국민 삶이 안정되며 삶의 질이 높아지고,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다시 도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내란 반성과 계엄 사과를 하지 않는 세력과는 악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이날 회동에서는 장동혁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정 대표는 “장동혁 대표님께 뒤늦게나마 당선 축하를 드린다”며 “말씀하신 소통의 창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 대표님과 악수할 기회를 주셔서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에 장동혁 대표는 “정 대표하고 악수하려고 당 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안 됐다”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이날 회동에서 여야는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과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회동 직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초청한 오찬에서 여야 대표가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형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구체적인 구성은 각 당이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생경제협의체는 장동혁 대표가 제안했고, 정청래 대표와 이 대통령이 적극 화답·수용하면서 성사됐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