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기에 폭염·가뭄으로 공급 불안 심화 9월 출하량 감소로 가격 상승세 이어져
강원도 영동 지역에 지속된 가뭄으로 감자 작황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밥상에 빠지지 않는 친숙한 식재료인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8월(1~23일) 감자 20kg 도매가격은 3만708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30.4%, 평년보다 20.4% 높은 가격이다.
소매가격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100g당 평균 400원으로 불과 한 달 전(373원)보다 7.2% 상승했다. 특히 포항 지역은 430원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포항시내 마트에서 만난 시민 김모씨(50대·포항 북구)는 “감자는 반찬이나 찌개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인데, 요즘 너무 비싸져서 걱정이다”며 “오래 두면 싹이 날까 봐 많이 사다 놓을 수도 없고 ,빨리 가격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기상 악재가 있다. 감자 생육기에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생육이 지연됐고, 알 크기도 작아지면서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는 비율(상서율)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8월 중순 집중호우로 수확까지 늦어지며 수급 불안이 심화됐다.
특히 강릉을 비롯한 강원 영동 지역은 최근 6개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강릉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할 만큼 가뭄 피해가 극심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올해 고랭지 감자 생산량은 약 11만5000t으로 지난해보다 9.4%, 평년보다 7.2% 감소했다. 9월 출하량도 지난해보다 6.5% 줄어들 전망이며, 이로 인해 도매가격은 20㎏당 3만9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25.3%, 평년 대비 19.9% 비싼 수준이다.
재배 여건 악화로 농가의 ‘가을 감자’ 재배 의향도 위축됐다. 이에 따라 당근·무 등 대체작목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늘었고, 2025년 감자 재배 의향 면적은 2054ha로 지난해보다 5.4%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인들이 겹치면서 감자 가격이 9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 ‘금감자’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강원 지역 농업용수 공급 차질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점검하고, 예방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감자 수급 안정을 위해 해외 수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감자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사진/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