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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금징어’ 군산은 ‘값싼 오징어’… 중국어선·기후변화가 갈라놓은 운명, 울릉어민 눈물만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09-01 10:21 게재일 2025-09-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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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울릉도 어선들이 잡은 오징어.  세 척의 어선이 나갔지만 겨우 40~50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울릉도 앞바다는 오징어가 흉어지만 전북 군산 앞바다는 오징어 풍년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기후변화와 중국 어선의 싹쓸이식 조업이 두 지역의 명암을 갈라놓은 것이다.

지난 31일 울릉군수협 위판장은 경매 흔적조차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길거리 좌판에 놓인 오징어 몇 마리조차 25㎝ 칼보다 작은 크기였다. 한 상인은 “이런 건 잡아서는 안 된다. 2마리에 1만 원이라 해도 미안해서 못 팔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귀하다. 이날 울릉도에서 세 척의 어선이 출어했지만 겨우 40∼50마리 잡는 데 그쳤다. 유류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연간 일정 횟수 이상 출어해야 어선 감척(감축)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어 억지로 바다에 나가는 형편이다.

반면 군산시는 풍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금어기를 제외한 지난 25일까지 지역 오징어 누적 위판량은 1402t에 달했다. 1∼3월 34t에 불과했던 위판량은 7월 들어 급증해 한 달 동안 467t을 기록했고, 8월(1∼25일)에는 901t이 위판됐다. 이미 지난해(521t)의 3배에 육박하는 실적이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그동안 주로 동해안에서 잡혔으나, 최근 서해안 수온이 산란과 서식에 적합해지면서 군산 앞바다 어획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멸치·새우류 등 먹잇감이 풍부해진 것도 요인이다. 어획량 증가로 가격도 하락했다. 군산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20마리 1상자 기준 7만∼8만 원 하던 경매가는 최근 5만∼6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31일 오전 6시 텅빈 울릉수협 오장어위판장. 

소비자 가격도 마리당 2000∼3000원가량 낮아졌다. 물량이 많아지면서 비응항 상가와 횟집, 음식점에도 손님이 몰려 지역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반면 오징어 대표 산지였던 울릉도는 사정이 다르다. 울릉도는 한때 오징어잡이 어선만 200척을 넘겼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연간 1만t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4년 중국 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그물로 쌍끌이 조업을 시작하면서 산업이 급격히 쇠락했다. 어민들은 “명태처럼 울릉도 오징어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만 30여 척이 조업 포기를 선언하며 감척을 신청했지만 실제 대상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지 않았던 2022년에도 한척이 잡은 오징어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바다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1968년 관측 이래 57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18.09도)보다 0.65도나 상승한 것이다. 수온이 오르면서 어군이 북쪽으로 이동해 동해안과 울릉도 근해에서의 어획이 줄고 있다.

울릉도 어민들은 “중국 어선이 회유성 오징어 길목에서 그물을 이용한 쌍끌이 조업을 해 씨가 말랐다”고 주장한다. 실제 울릉도 오징어 위판 실적은 2000년대 초까지 연간 1만t이었으나, 2004년 이후 2010년대에는 2000t 수준으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700t대로 줄면서 조업을 아예 포기하는 어민이 속출했다.

2023년 울릉수협 오징어 위판 장면. 

정부는 지난해 11월 울릉도 어민들을 위해 선박당 최대 2000만 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한 단기 지원만으로는 어민의 생계를 지키기 어렵다”며 실효성 있는 어업 정책 마련을 주문한다.

울릉도 어민들은 “올해 어선 30척 감척을 신청했지만 13척만 대상에 선정됐다”며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어민들이 원하는 만큼 감척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글·사진/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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