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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수고로움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등록일 2025-08-28 18:34 게재일 2025-08-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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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경천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들판과 하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주는 혜택을 잊지 말자.

저녁 식사로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프라이팬에 볶았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보다가 문득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한참 붉은 고기를 바라보았다. 인간을 위하여 제 몸을 내어주는 생명이 있어서 밥을 먹게 된다는 것에 새삼 숙연해졌다. 한두 번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니건만 갑자기 이 고기를 어떤 마음으로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것은 모두 누군가의 목숨이지 않은가. 그 감사함을 잊고 그저 먹기에 바빴음을 반성한다. 다른 동료의 희생으로 삶을 이어가는 누 떼의 이야기인 시를 읽는다.

“건기가 닥쳐오자 /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 떼가 /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 섰다 // 강에는 굶주린 악어 떼가 / 누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가 /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 누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 누 떼는 강을 다 건넌다 //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 누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복효근 시 ‘누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먹거리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는 필연적으로 다른 이의 수고를 입고 살게 마련이다. 스위치만 올리면 환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편리하게 이동하게 도와주는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어두운 지하에서 선로를 깔고 공사를 한 이들의 노동이 있어서 가능했다. 안전하게 늘 점검하고 운행하는 관계자들이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모두 다른 이의 도움과 노력을 통해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간다. 자연이 주는 혜택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들이쉬고 내쉬는 이 공기가 없으면 우리는 살지 못한다.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이 공기의 고마움을 얼마나 생각하고 사는가. 물은 어떤가. 물이 없으면 생명 유지가 안 되고 생활도 어렵다. 수도꼭지만 틀면 쏟아지는 맑은 물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커다란 혜택을 공짜로 받으면 살고 있다. 모두 무언가를 쫓느라 잊고 살 뿐이다.

막바지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서를 지났으니 여름의 기세는 꺾이고 가을이 오고 있다. 불타는 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이 뜨거움도 식물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여름이 있어야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다. 서늘한 날만 있으면 쭉정이만 남는다. 뜨거움 덕에 알곡이 익고 과일에 단맛이 고인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들과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하루를 기쁨으로 채워줄 것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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