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첫 정상회담 화기애애 李대통령, APEC서 만남 제안 트럼프도 “매우 좋은 일” 화답 북 金위원장 참석 의지에 달려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달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달라”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그것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도 “올해 그(김정은 위원장)를 만나고 싶다”고 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APEC 참여 의향에 대한 질문에 “갈 수 있다고 본다”며 “무역 회의를 위해 곧 한국에 갈 것 같다. 한국이 무역 회의를 주재한다”고 답해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회담 장소는 10월 31일부터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참석 의지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을 전제로 김 위원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온다면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일종의 선후관계가 있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APEC 회원이 아닌 북한은 원칙적으로 참석 대상이 아니지만, 의장국 주도로 회원 간 논의를 거쳐 비회원 자격으로 초청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주목도가 떨어지는 다자회의에 참석한 전례가 없는 만큼 경주 APEC 정상회의 초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이 마련한 자리에 끌려 나오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 역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때처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로 김 위원장를 향해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띄웠고, 북한이 호응하며 전격적으로 예정에 없던 판문점 3자 회동이 성사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APEC 정상회담) 참석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를 활용할 필요는 있다”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