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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특정 지역에 일방적 할당?⋯‘공모 회피’는 시대 역행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08-19 15:42 게재일 2025-08-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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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방식을 전국 공모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지역에서 ‘준비는 끝났다’며 예정지 지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기관 설립을 특정 지역에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 균형발전 원칙 모두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충남도와 천안시는 대통령 지역 공약을 바탕으로 연구원 유치를 준비해 왔다. 수도권과 가까운 접근성, 기존 부지 확보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 인력 수급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지방에 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할 국가 균형발전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한 공공정책 전문가는 “수도권과 수도권 배후지에 연구기관을 집중시키는 관행이야말로 지금까지 지방의 산업·인재 생태계를 고사시킨 주된 원인”이라며 “연구인력이 수도권에 많으니 연구원도 수도권에 두자는 발상은 균형발전 철학과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치의학은 단일 학문이 아니라 산업기술과 의료정책, 보건복지 수요가 융합된 복합 분야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할 때 연구원 입지는 지리적 조건 뿐 아니라 산·학·연·병 융합 인프라와 국제연계 가능성 등 복합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점에서 대구는 국내에서 가장 집적도가 높은 치의학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대구는 △경북대 치과대학, 대학병원, 연구소, 기업체 간 유기적 협력 구조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케이메디허브 등 보건·의료 R&D 전주기 기반 확보 △연간 수천 명 규모의 외국인 대상 국제학술대회·전시회 다수 개최 △지역 임플란트 기업의 해외 수출 비중 및 특허 출원 급증 등의 기반이 마련돼 있다.

연구기관의 부지, 인력, 협력기관 유치 등은 공모 과정에서 평가와 보완이 가능한 요소다. 사전에 부지를 확보했다는 점이 연구원 설립의 우선권으로 이어진다면 예산과 정책이 특정 지역에 종속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대구 시민들은 국가 기관 설립이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와 절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요구가 시대적 흐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강대식(대구 동구군위을) 의원은 “공모는 균형발전의 시작점이자 납세자에게 설명 가능한 정당성 확보 방식”이라며 “연구기관이 어디에 들어서느냐는 지역 몫 이전에 국가 효율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정책과 예산 배분에서는 여전히 수도권 인접 지역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또다시 수도권 인근에 ‘지정’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국가균형발전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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