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제20회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 수상 문인화가 이헌영 손성범 선생에 사사 받으며 전업주부서 문인화가로 제2의 인생 매일 5~6시간 문인화 작업 몰입… 도전 다섯 번 만에 ‘대상’ 영예 “선·면·여백의 그림에 어울리는 한시 찾기가 문인화의 묘미예요”
“세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쫓기듯이 지내왔지만, 12년 전 향사 손성범 선생님 문하생이 되어 그림을 배우며 삶에서 진정한 쉼의 지혜를 찾았습니다. 다섯 번째로 도전한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에서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네요”
최근 ‘제20회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차지한 가연 이헌영(49·포항시 남구 지곡동) 화가의 수상 소회다.
전업주부에서 문인 화가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번 미술대전에서 중국 송나라의 소강절(邵康節)이 지은 시 ‘송백입동청(松柏立冬靑·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이 되어야 그 푸른 빛을 안다)’을 주제로 삼아 소나무의 여백 활용과 필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심사위원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화가가 서예 붓을 처음 잡은 것은 2006년, 의사인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거주하던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서예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서예학원에 등록한 그는 포항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를 재개했다. 상주의 문인화가 박철우 선생의 소개로 2013년부터 향사 손성범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문인화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헌영 화가는 “아이 셋을 키우는 분주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평소 미술관을 찾는 것을 즐겼다. 문인화를 마주할 때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면서 “문인화는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작업으로서, 마치 숲속에 머무는 듯 마음을 맑게 해준다. 서실에서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인화에 대한 열정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선과 면, 여백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한시를 찾아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문인화의 묘미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모전에 도전하며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헌영 화가의 좌우명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그는 “모든 일의 기본은 가정의 화목한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고 밝혔다.
매일 5~6시간을 문인화 작업에 몰입하는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50~100회의 습작을 거듭할 만큼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2022·2023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특선, 2024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우수상, 2024 경상북도 서예대전 특선, 2024 영일만서예대전 우수상, 2021 청송 야송미술대전 특선, 2023 국제유교문화서예대전 입선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작년 12월부터 매주 두 차례 발레를 배우고 있다는 뜻밖의 일상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발레의 매력은 문인화와 비슷하게 기본에 충실해야 잘하는 운동이어서 매력적인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음악과 신체 리듬에 집중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모든 잡념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진다. 문인화와 발레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이 둘을 융합해 새로운 정신세계를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매일 새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헌영 작가는 “문인화를 통해 주부로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