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 2025년 ‘방문객 1억 명 유치’의 해 선포가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2조원을 투입한 3대 문화권 관광시설이 대규모 적자 를 내면서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전체 46개 시설 중 85%(39개소)가 2024년 한 해에만 총 28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관광 인프라 확충 계획이 오히려 재정 압박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30대 선도프로젝트’로 출발한 3대 문화권 사업은 유교(안동, 영주), 신라(경주), 가야(고령, 김해) 문화유산과 자연 생태자원을 결합한 관광 기반 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2010~2021년 총 2조원(대구시 제외)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인 3대 문화권 사업은 2021년 시설 완공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며 관광객 유치에 실패했다. 이후에도 입지 접근성 부족, 차별화된 콘텐츠 부재, 운영비 부담 등이 겹치며 침체의 늪에 빠졌다.
사업 초기 경북도가 자랑하는 유교·신라·가야 문화와 수려한 생태자원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으나, 열악한 입지 여건과 부족한 재정 상황 등이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주 선비세상은 2024년 62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안동국제컨벤션센터는 지난 2022년 8월 개관해 초기부터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경북도는 지난달 17일 ‘3대문화권 활성화 추진계획’ 을 발표하고 “경북을 오감(五感)으로 체험하는 관광명소”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통합 관리체계 구축 △브랜드 홍보 강화 △재정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시·군의 운영 부담을 덜고 3대 문화권을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경북도는 3대문화권 추진계획이 경북관광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 조례 개정 후 40여 억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실행할 예정이어서 연간 100억 원 이상 적자가 장기화되면 재정 압박이 우려된다.
경북도관광정책과 관계자는 “3대 문화권 사업의 한계로 42개 시설의 넓은 부지를 관리할 기본 관리비용은 크지만 모객 수입은 부족하다. 우수한 관광 콘텐츠 부족, 관리체계 부재, 운영 역량 미비, 온라인 플랫폼 활용 미흡 등에 의한 홍보·마케팅 전략 부재가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관광 전문가들은 3대 문화권 사업의 주요 문제점으로 접근성 부족, 숙소 미비, 공공 주도 한계를 지적했다.
박우택 동국대 WISE 캠퍼스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영주·상주 지역은 교통 접근성이 낮아 이동에 시간이 길고, 숙박 시설이 대부분 3성급 이하 모텔로 구성돼 가족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 주도 로만 진행되는 사업 특성상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민간 투자 유치를 확대하고 전담여행사·MICE 기획사와 협력해 특화 상품 개발 또는 기업 행사 유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3대 문화권 46개 시설 설계 단계에서 가족, 단체, 외국인 등 타깃 관광객 유형 설정 등 수요 예측 실패가 큰 오류였다”면서 “경북의 정체성을 담은 자산인 만큼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의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