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자영업자 “수익 적은 담배만 급증… 소상공인 지원 탈락 우려” 면지역 주민·군 장병은 사용처 제한으로 기한 내 소진 어려워 ‘한숨’
“처음엔 매출이 확 뛰니까 기뻤어요. 그런데 뒤늦게 정산해보니 좋아할 일이 아니더라고요”
포항 북구 소재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5)는 소비쿠폰이 지급된 첫 주 하루 매출이 200만원이 넘는 경험을 했다. 평소 하루 100만원 수준이던 매출이 두 배가량 오른 것이다.
그는 “하루에 담배만 100만원이 넘게 나갔다. 매출 상승분이 고스란히 담배였다”며 “보루째로 사 가시는 분들이 많았다. 한 사람이 네 보루씩 사가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는 마진이 5% 정도 밖에 안 된다. 처음에는 ‘겸사겸사 다른 것도 사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매출만 올라간 상황’이 오히려 독이 됐다. 김씨가 체감하는 가장 큰 타격은 다음 해 소상공인 지원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번에 ‘소상공인 크레딧’을 신청했는데, 작년 매출이 선정기준에 아슬아슬해서 불안하더니 결국 떨어졌다”며 “그런데 올해는 소비쿠폰 매출이 많이 잡혀서 내년 지원책에는 무조건 떨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실제로 거의 다 담배 매출이라 손에 남은 수익은 거의 없는데 총매출액만 뛰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소비쿠폰 지급 초기 ‘흡연 장려금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담배 판매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반응이다.
소비쿠폰 등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등록한 마트나 슈퍼, 편의점이 없어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는 시골 면(面) 지역도 문제다. 특히 경북은 26개 면에서 사용할 수 없어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경북의 한 면 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은 “소비쿠폰을 주면 뭐 하나. 여기가 서울처럼 마트가 많은 것도 아니고 쓸 데가 없어서 못쓴다”고 불만을 내비췄다.
군복무중인 장병들도 소비쿠폰을 받았지만 “쿠폰을 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는 지급 방식과 사용처 제한 때문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병대나 50사단 등 일부 부대의 병사들은 나라사랑카드로 소비쿠폰을 받은 경우에만 영내 매점(PX)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쿠폰이 지급된 경우에는 PX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외출이 가능한 병사라고 해도 주소지 기준으로 사용 지역이 제한돼 있어 무용지물이다. 예를 들어 서울이 주소지인 병사가 포항에 복무 중이라면 외출을 나가도 포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병사 입장에서는 기한 내에 소비쿠폰을 소진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비쿠폰 지급을 통해 내수 진작과 지역 상권 회복을 꾀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하지 않다. 실수익과 무관하게 매출만 급등한 자영업자는 다음 해 지원에서 탈락할 걱정에 휩싸였고, 면 지역 주민이나 포항 해병대 병사들처럼 쿠폰을 받아도 쓸 수 없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가 문제로 떠올랐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