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과 증인·참고인 채택 여부 등 與野 잇단 충돌로 얼룩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충돌로 얼룩지며 마무리됐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인사청문 슈퍼위크’ 동안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으나 청문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파행으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문회 첫날인 14일, 국민의힘이 내건 대여 공세용 팻말이 여야 간 충돌의 도화선이 되면서 일부 청문회는 시작과 동시에 정회 또는 산회를 선언해야 했다. 특히 보좌진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개의 14분 만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착석 5분 만에 중단됐다.
마지막 날인 18일 열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역시 여야가 정 후보자의 배우자 주식 보유와 관련된 자료 제출 문제로 충돌하면서 개의 40분 만에 정회됐다. 해당 청문회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자정 무렵까지 이어졌으나, 결국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퇴장하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자료 제출과 증인·참고인 채택 여부를 두고 장시간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장관 후보자들이 자료 제출을 부실하게 하며 ‘버티면 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실제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복지부 등 주요 부처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증인이나 참고인이 채택되지 않았다. 강선우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채택된 증인 2명 중 1명만 출석했고 주요 증언자로 거론됐던 전직 보좌관은 여당의 반대로 불출석했다.
청문회가 종료된 이후에도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질 논란이 불거진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보고서 채택을 일괄 보이콧했으나, 이후 일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선별 동의’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대미 통상 협상 관련 부처인 기재부·외교부·산업부와 재난 대응과 관련된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로 보고서가 채택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도 채택됐으나 이는 민주당이 주도해 처리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모두 찬성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채택에 전원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강선우 후보자, 이진숙 후보자, 권오을 후보자, 정동영 후보자, 김영훈 후보자 등을 ‘부적격’ 후보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부분의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소명됐으며 자질 검증도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정 운영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경과보고서 채택을 서두르자며 국민의힘에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 상임위 단독 표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